경제·금융

[중기정책 해법을 찾는다] (1) 벤처정책 정도를 찾자

'벼락 성공' 환상부터 버려라지난 98년말부터 2000년초까지의 벤처 붐과 비교되는 최근 벤처산업의 바닥 없는 추락이 계속되고 있다. 벤처산업의 현주소와 향후 진로를 둘러싼 다양한 진단과 처방도 쏟아지고 있다. 머지않아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나면 향후 5년의 정책 청사진을 마련한다. 따라서 벤처를 둘러싼 논의도 이젠 가닥을 잡아야 한다. 우선, 벤처 육성을 하는데 있어 지름길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지난 5년여에 걸친 벤처의 성장과정과 정책의 전개과정을 돌이켜보면, 지나친 조급증의 흔적과 부작용을 곳곳에서 발견하게 된다. 벤처기업의 양산 정책, 넘쳐 나는 창업보육센터, 급조된 코스닥 등 그 예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벤처산업의 발전은 역사성과 내생성에 뿌리를 둘 수 밖에 없다. 벤처 붐은 외환위기에 따른 자원배분의 일시적 공백과 미국에서 불어온 IT 바람에 힘입어 참으로 우연찮게 우리 앞에 다가왔다. 물론 정부의 정책과 우리 사회의 축적된 인적 기술적 자산도 한몫을 담당했지만, 결코 근원은 아니었다. 다시말해 우리는 벤처산업이 꽃 피울 정도로 공력을 쌓은 적이 없었고 결국 준비되지 않은 시장은 곧바로 밑천을 드러내고야 말았다. 이제 벤처 붐으로 인한 착시현상을 걷어내고 차분하고 냉정한 눈과 마음으로, 이념형(ideal type)이 아닌 한국형 벤처의 내생성에 기반한 육성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벤처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면 빠지지않고 등장하는 시장 친화성의 부족0도 문제다. 자생적인 여건과 토양이 극히 빈약한 우리 현실에서 벤처정책이 정부주도적 성격을 띨 수 밖에 없었던 점에는 대부분 인식을 공유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시장 친화적인 단계로 전환할 것인가. 여기에는 정부와 벤처업계 모두의 책임이 막중하다. 벤처산업의 성장생태계는 여전히 초기 단계며 정부의 시장조성 노력이 필요하지만, 정책 개입의 내용과 형식은 매우 절제된 것이어야 한다. 또한 벤처업계는 겉으로는 시장을 외치지만, 속내는 정부의 일방적인 애정과 지원에 안주했던 것은 아닐까 자성할 필요가 있다. 벤처기업의 범위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최근 벤처기업 확인제도의 조기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확인제도 역시 내생성이 결여된 우리 벤처시장의 본질적 제약에 따른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원인의 해소 여부와 정도에 대한 구체적인 진단과 처방 없이 단순한 폐지 주장은 현실성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지금부터 실천 가능한 현실적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그 답은 벤처기업 확인제도를 통해 시장에 배출된 벤처기업의 내용과 수준에 대한 정책당국의 비판적 재점검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 현실에서 벤처기업 확인과 기업에 대한 시장검증은 별개라는 식의 논리는 지나친 견강부회(牽强附會)다. 지금부터라도 벤처기업의 정의는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그 핵심 잣대는 혁신성과 신산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는 백화점식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의 정책원칙이 준수돼야 한다. 벤처산업의 성장 생태계 전부를 정부가 책임지려 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씨만 뿌리는 역할에 그쳐야 하며, 지원의 악순환 함정을 경계해야 한다. 벤처시장의 핵심적 특성은 새로운 형태의 자원 조달과 배분, 그리고 독특한 투자회수 경로에 있다. 따라서 정부는 코스닥 시장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한편, 벤처캐피탈 시장의 구조조정을 도와주고, 투자재원 형성을 간접 지원하는데 정책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머지는 시장 참여자들의 몫이며, 그것이야말로 시장 친화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벤처산업의 적정 규모에 대한 판단이 있어야 한다. 벤처산업에 대한 관심과 재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그러나 벤처시장은 위험 수용적 시장이며, 과도할 경우 경제 전체의 불안정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 또한 우리 경제가 벤처산업에 기대하는 역할은 경제의 활력소지 경제의 본류는 아니며 그렇게 될 수도 없다. 필요 이상의 투자는 또다른 비효율성과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이제 겨우 모내기 작업이 진행중인 벤처산업을 두고 그 성패를 논하기에는 아직 때가 이르다. 지난 몇 년간의 노력만으로 벤처산업을 꽃 피울 수는 없다. 벤처의 꿈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조영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 박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