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5판 (포커스)구멍 난 사외이사 시스템

&&&국정원 출신부터 골프장 업자까지… 함량 미달 은행 사외이사 수두룩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업무보고에서 금융회사가 주요 집행임원 임면시 사외이사가 참여하는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사회에 임원 임면권 결재 기능을 부여하는 것은 첫 실험으로 그만큼 사외이사의 경영진 견제 및 감독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금융회사 사외이사들의 면면을 보면 한숨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국정원 출신부터 골프장 업자까지 비금융인들이 금융권 사외이사 자리를 버젓이 차지하고 있다.


정부가 금융회사 경영진의 독단을 막기 위해 사외이사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외이사들이 지배구조 선진화를 도리어 막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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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량 미달 사외이사가 수두룩= 시중은행들의 사외이사를 보면 금융회사 근무 등 금융관련 일을 해본 적이 있는 인사를 찾기 힘들다. 농협은행의 경우 국정원이나 농림부 출신 관료 등 금융 경력이 전혀 없는 인사가 태반이다. 5명의 사외이사중 박백수씨가 유일하게 HSBC증권 대표를 지내는 등 금융회사 경력을 지니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전체 사외이사 10명 중 히라카와 하루키 씨, 고부인 씨, 이정일씨 등 재일교포 사외이사 3명이 금융업과 무관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금융회사 사외이사들 면면을 보면 금융 전문성보다는 검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퇴직 관료들이나 기존 사외이사와 친분 있는 인사들로 구성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전 법무부 장관인 김귀남씨와 이기배 전 공안부장 등 검찰 출신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그나마 금융 관련 인사들을 꼽으라면 금융회사 경력이 없는 경영학과 교수 등 학계 인사들을 천편일률적으로 사외이사로 영입하는게 관례화 돼 있다. 지방은행도 금융 실물 관련 경력이 없는 퇴직 관료, 변호사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사외이사 자격요건 강화해야= 금융계의 한 고위 인사는“미국 등 선진국은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금융회사 경영진의 견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금융실물을 잘 아는 금융회사 경력자 출신 등을 지속적으로 사외이사로 영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도 확대되는 사외이사 역할에 맞춰 금융실물 경험이나 금융관련 기관에 일한 인사들로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최소한의 법적 장치나 규범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기존 사외이사가 과반수로 참여하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후임 이사로 비슷한 비금융 인사들을 지속적으로 영입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금융위 관계자는“사외이사의 중간 검증을 위해 사외이사 모범규준을 통해 2년 임기에 추가로 1년씩 3년간 더 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었지만 이렇다 할 검증 없이 총 5년간의 임기를 지속하며 사외이사가 자기 권력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훈 금융위 금융제도팀장은“조만간 금융지배구조 TF를 구성해 지배구조법 개정안 시행령상에 금융회사 경력, 금융 관련 자격증 소유 등을 사외이사 요건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고 말했다. /이병관 기자 yhlee@sed.co.kr 신무경 기자 m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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