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때 보다 더 한 불황이라고 하지만 모든 상품이 안 팔리는 것은 아니다.
경기가 안 좋아 생활필수품 마저 안 팔리는 와중에 날개 돋힌 듯 잘 팔리는 기호식품도 있다.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상품 중 불황에도 불구하고 잘 팔리는 대표적인 상품을 꼽으라면 전문가들은 주저없이 와인을 꼽는다.
더구나 오는 11월 셋째 목요일은 프랑스의 간판 와인 `보졸레누보`가 전세계적으로 일제히 팔려나가 와인 마니아들에게 첫 선을 보이는 날이다. 롯데백화점이 이에 앞서 오는 6일부터 14일까지 8일간 `세계 와인 페스티벌`을 진행하는 등 우리나라도 한 동안 와인 열기에 휩싸일 전망이다.
마셔도 그만이고 안마셔도 그만인 와인의 매출이 해마다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임헌홍 롯데백화점 와인 바이어는 “우리가 식사때 숭늉을 마시듯이 서양에서는 와인을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국내에서도 와인 소비증가는 이미 예고됐던 일”이라고 말한다.
93년부터 주류 전문 바이어로 일 해온 그가 꼽는 와인 열풍의 첫 번째 이유는 어려서부터 서구문화에 익숙한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의 증가와 이들의 기호 변화.
임씨는 “이 들이 즐기는 와인 문화가 조금씩 알려지며 세간의 주목을 받더니 이 것이 기폭제가 돼 지난해에는 보졸레누보 신드롬이 국내를 강타했다”며 “최근 한 방송사가 성인병 예방 등 건강을 증진시키는 와인의 효능을 방영하면서 추석에는 매출이 지난해 보다 70%나 폭증했다”고 밝혔다.
와인 수요가 이렇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지만 그렇다고 그가 `땅 짚고 헤엄치듯`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고객의 취향이 천차만별이고 와인의 종류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만큼, 고객의 취향과 트렌드를 파악해 정확한 수요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않다”며 “숙성연도, 희소성, 개인의 기호, 가격, 등급 등에 관한 공부만 해도 끝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게 `신나는 고생`(?)을 하는 그가 지난해 올린 와인 매출은 28억원. 하지만 올들어서는 9월까지 26억원의 매출을 올려 연말께는 매출 45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
`달지도 않고, 화끈하게 취하는 맛도 없는 시큼떫떠름한 와인을 무슨 맛으로 마실까`문외한인 기자가 와인에 입맛을 들이는 방법을 묻자 그는 700만원 짜리 `스크리밍 이글`이라는 미국산 와인을 보여주더니 “당신 같은 초보자는 떫지 않고 달작지근 한 독일산 와인부터 시작하라”며 매정하게 와인 상자를 닫았다.
<우현석기자 hnskw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