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인터넷엔 철학·혁신정신 담겨있다

■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정지훈 지음, 메디치 펴냄


한 때 잘나갔던 소셜웹의 대명사 '마이스페이스'는 2003년 첫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한때 월 방문자가 6,0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2006년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에 인수된 뒤 쇠락의 길을 걷는다. 인수전에 나섰던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이스페이스의 자율성을 담보한 계약 조건을 내걸었지만, 마이스페이스의 선택은 5억 8,000만 달러라는 거액을 제시한 뉴스코퍼레이션이었다. 수익만 따진 선택의 결과는 실패였다. 실적에 민감한 뉴스코퍼레이션은 마이스페이스의 시스템 개발이나 확장에 인색했고, 구글로부터 광고비를 받기 위해 페이지뷰를 조작하는 편법도 자행했다. 실망한 사용자의 이탈로 마이스페이스는 '한 때 잘나갔던 추억의 서비스'로 기억되고 있다.


트위터와 함께 전 세계 소셜네트워크의 양대산맥을 형성하고 있는 페이스북은 2007년 야후로부터 10억 달러에 달하는 매도 제안을 받았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페이스북의 사업가 마크 주커버그는 그러나 이 제안을 단호히 거절했다. '오픈 마인드와 협업정신, 정보공유를 생명으로 하는 SNS가 세계를 훨씬 살 만한 곳으로 만들 것이다.' 공동창업자들과 뚜렷한 비전과 확신으로 시작한 사업을 돈 때문에 남에게 팔 수는 없었다. 결과는? 현재 페이스북의 시가총액은 당시 야후가 제안했던 10억 달러를 훨씬 뛰어넘는 2,027억 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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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례에서 보듯 인터넷은 계산적인 과학과 돈이 오가는 상업적 거래의 대상보다는 철학과 문화로 바라봐야 한다는 게 책의 주제다. 사람이 기계를 다룬다는 단순한 생각이 아닌 기계와 상호작용하며 세상을 바꾼다는 철학, 소중한 정보를 여럿이 함께 나누는 문화, 치밀함이 아닌 즐거움으로 혁신한다는 정신이 곧 인터넷의 핵심이라는 것. 저자의 집필 계기인, 상업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삼성전자가 사회적 공로와 문화 영향력에서 애플, 구글, 심지어 아마존이나 페이스북보다 박한(?) 평가를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책은 인터넷의 연대기적 기술이 아닌, 그 속에 담긴 창의성과 철학에 초점을 맞췄다. "커뮤니티에 접근하는 양이나 질을 측정해 이득을 취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집단지성으로 꽃 피우는 커뮤니티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였다. 인터넷은 이런 철학의 토대 위에 세워진 거대한 세계이다." 대한민국에서 웹이 시작된 지 20주년인 올해, 산업의 관점으로만 다뤄져 온 인터넷의 근본 철학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을 듯하다.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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