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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향기] <63> 청운동 백세청풍 바위


지하철 경복궁역에서 자하문로를 따라 올라가다가 청운동 청운초등학교에서 학교를 왼쪽에 두고 인왕산 쪽으로 오른다. 아파트와 단독주택이 혼재돼 있는데 중턱쯤에 철제울타리 안으로 글자를 새긴 바위가 보인다. 자세히 보면 '백세청풍'이라고 쓰여 있다. 이곳은 서촌지역이다. 조선 후기 사대부들이 많이 살았던 곳이다. 바위가 있는 자리는 아우 김상헌과 함께 청나라에 저항한 척화파로 이름이 높았던 김상용(1561~1637)의 집터가 있던 곳이다. 그는 이곳의 풍경에 감탄해 바위에 '대명일월 백세청풍(大明日月 百世淸風)'이라고 새겼다. '영원히 맑게 살겠다'는 뜻이다. 병자호란 때 강화도로 피신했다가 1637년 1월22일 강화성이 함락되면서 성문 위에서 화약을 터뜨려 순절했다. 인조가 삼전도에서 항복하기 8일 전이다. 철저한 대결파로 이후 후손들은 조선의 정계를 주름잡았다. 이후 조선말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로까지 연결된다. 글자는 일제 시대에 들어와 수난을 당한다. 일본의 한 기업이 여기에 새로운 건물을 짓기 위해 바위를 깨뜨리면서 '대명일월'은 없어지고 지금처럼 '백세청풍' 네 글자만 남았다. /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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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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