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회계 신뢰 회복과 시장의 기대

이재술 <딜로이트 하나안진회계법인 대표>

최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귀국하면서 분식회계 문제가 다시 우리의 아픈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97년 외환위기 후 여러 가지 회계제도를 개혁했다. 선진국보다 앞서 상장법인의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을 6년마다 의무적으로 교체하도록 규정을 제정하는 등 소위 회계 선진화 방안을 도입했다. 미국도 엔론 회계부정 사건 후 회계개혁을 위한 ‘사베인옥슬리법안’을 만들어 회사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대폭 강화했다. 일부에서는 너무 지나친 규제가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지만 추락한 회계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회계개혁 방안을 시행한 후 회계 투명성이 높아지고 시장으로부터 회계 신뢰성을 회복했을까. 대체적인 평가는 긍정적이다. 회계감사의 독립성이 향상되고 회계감사의 본래 가치를 시장에서 재평가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시장은 계속적으로 회계감사법인에 단순한 회사의 재무자료 이외에 비재무적 경영정보에 대한 검증도 기대하게 됐다. 예를 들면 회사의 건강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성과지표, 위험관리 전략과 위험평가,기업지배구조 수준, 사업보고서에 포함된 경영자의 분석과 설명ㆍ인적자원에 대한 자료, 지속가능 보고에 대한 인증 등 비재무적 정보에 대해서도 회계 감사인이 검토 또는 확인해줄 것을 일반대중은 기대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회계 감사인은 수동적 입장에서 외부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법과 규정에 맞춰 행동해왔지만 앞으로는 좀더 적극적인 접근법이 요구되어진다. 재무적 정보에 대한 전통적 회계감사의 범위와 회계감사의 본질가치가 비재무적 정보의 검증으로 더욱더 확대되는 추세다. 재무정보나 비재무적 정보를 산출하는 회계제도나 내부통제 시스템의 주요 요소는 통제환경이다. 이 통제환경은 기업문화와 윤리의식에 의해 좌우된다. 따라서 최고경영자가 보여주는 윤리규범 준수 분위기는 그 회사의 통제환경, 종국적으론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의 신뢰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자본시장과 일반대중은 기업의 윤리규범 준수 여부를 포함한 비재무적 정보에 대한 검증을 외부 감사인인 회계법인에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외부 감사인의 책임범위와 한계 문제 등으로 회계법인이 그러한 업무수임을 주저할 수도 있지만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검증책임을 기꺼이 수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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