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4월 03일] 펀드시장의 '혹독한 겨울'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春來不似春). 온 세상에 따뜻한 봄기운이 완연한데 금융회사들이 즐비한 여의도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봄이 멀게만 느껴진다. 진정되지 않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위기와 최근 수년간 급성장을 구가한 개도국들의 인플레이션 우려로 국내외 금융시장은 연초 이후 크게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지난 2004년 말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보여왔던 펀드시장의 관련자들에게는 금융시장의 봄이 길었던 만큼 이 ‘겨울’이 더욱 혹독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투자수익률 급락에 고민하는 펀드투자자와 운용사들, 판매수수료 급감 및 민원에 시달리는 펀드판매사들은 모두 끝이 보이지 않는 겨울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셈이다. 그러나 겨울이 가면 봄이 오는 것처럼 우리 금융시장에도 곧 봄이 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우리 펀드시장 관련자들이 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는 지혜를 얘기해 보고 싶다. 진정한 강자는 위기 순간에 더욱 빛을 발한다는 말이 있다. 운용사들은 최근 시장불안으로 수익률이 급감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지만 이런 때일수록 리서치 및 리스크 관리 강화 등 선제적 시장대응력을 강화함으로써 투자수익률 관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아울러 최근 수년간 시장호조로 지나치게 공격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면 차제에 리스크를 감안한 포트폴리오의 재구성도 고려해볼 만하다. 역으로 최근의 위기 국면을 투자자의 신뢰를 얻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펀드판매사들도 펀드시장의 어려움을 투자자들에 대한 서비스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단순 판매창구 역할에서 벗어나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위한 적극적인 조언 등 서비스의 질적 개선으로 그동안 서비스 내용에 비해 과다하다는 판매보수 및 판매수수료 논란을 불식시키고 진정으로 투자자에게 도움이 되는 판매회사로 거듭나자. 이를 위해 우수한 판매인력을 지속적으로 양성하고 상품ㆍ투자자별 리스크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투자자의 투자성향에 적합한 고객맞춤형 투자권유 관행을 정착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펀드상품을 특정 회사ㆍ종류ㆍ지역 펀드상품에 편향적으로 판매하고 있었다면 이를 분산해 판매위험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온라인펀드 활성화 및 장기투자자에 대한 차별적 보수적용 등 펀드비용 인하를 통한 펀드의 상품성 제고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최근의 시장급락에 가장 힘든 이는 펀드투자자일 것이다. 투자자들은 경험적ㆍ실증적으로 장기투자가 투자자들에게 가장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줬다는 사실을 이 시점에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리스크관리를 위한 분산투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최근 각종 펀드투자 관련 조사자료를 보면 투자자들의 투자의식이 과거 1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이 크게 성숙됐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전세계 시장이 급락세를 보였음에도 과거와 달리 국내 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투자자들의 의식 제고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장기ㆍ분산투자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협회 등 관련 기관들의 투자자 교육과 홍보 강화 등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장기ㆍ분산투자는 투자자에게는 성공적이고 안정된 투자결과를 주고 펀드시장 나아가 자본시장의 변동성을 완화시켜주는 안정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적립식 장기투자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교육목적 펀드 등에 대해서는 세제혜택을 주는 등 장기분산투자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경제도 계절처럼 변화무쌍하지만 이 겨울이 지나면 어김없이 봄은 찾아온다. 곧 다가올 봄을 위해 그리고 더욱더 따뜻한 봄을 맞기 위해 펀드시장 관계자들은 이 겨울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운용사와 판매사는 투자자의 신뢰를 높이고 협회 등 관련 기관들은 시장문화를 더욱 성숙시켜야 한다. 진정으로 마음까지 따뜻해질 봄이 하루라도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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