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첫째 주 이후 잠잠했던 공모주시장이 이번주부터 다시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10월 중순까지 거의 매주 공모청약 일정이 잡혀 있다. 올해 증시에 입성한 공모주들의 공모가 대비 수익률도 준수해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포함해 4곳이 공모청약에 나선다.
이달 기업공개(IPO) 첫 단추는 코스닥에 상장 예정인 KB투자증권의 KB제3호스팩으로 22~23일 일반 청약을 받는다. 이 스팩은 벤처캐피털(VC)인 에스티벤처스가 지분 5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스팩 규모는 223억원, 이 가운데 200억원을 공모 방식으로 자금을 모을 예정이다. 공모 예정가격은 2,000원이다.
24~25일에는 데브시스터즈와 메디아나가 공모청약에 나선다. 두 회사는 상장 전부터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종목이다.
모바일게임 '쿠키런' 개발사인 데브시스터즈의 공모 희망가는 4만3,000~5만원이다. 다음달 6일 코스닥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데브시스터즈는 지난해 11월 선데이토즈가 하나그린스팩을 통해 우회상장한 후 10개월여 만에 등장한 게임주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크다.
이미 장외 거래시장에서 주가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데브시스터즈는 19일 장외 거래시장에서 전일 대비 8,000원(11.68%) 오른 7만6,500원에 거래됐다. 사상 최고가다.
의료기기 제조회사인 메디아나는 지난해 7월 문을 연 코넥스시장 1호 상장사로 투자자들에게 선보인 후 1년여 만에 코스닥 이전상장을 추진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메디아나의 공모 희망가는 5,500~6,500원이다.
29~30일에는 신한금융투자 신한제2호스팩이 공모청약에 도전한다. 에이씨피씨(95.2%)가 최대주주인 신한제2호스팩은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게임, 모바일, 바이오 및 의료, 신재생에너지, 전자통신, 소재 등 미래 성장동력을 영위하는 법인과의 합병을 위해 올 6월 설립됐다. 상장예정 주식 수는 550만주이며 이 중 90.9%에 달하는 500만주를 공모한다. 공모 예정가액은 2,000원이다 .
다음달에는 KDB대우증권의 2호스팩(13~14일)과 영우디에스피(16~17일)가 공모청약에 도전한다. 대우2호스팩은 다음달 6~7일, 영우디에스피는 13~14일 수요예측을 거쳐 최종 공모가를 확정할 계획이다.
현재 청약을 앞둔 이들 기업은 흥행 실패에 대한 우려보다 기대감이 앞서 있다. 올해 상장절차를 밟은 공모주들이 청약과정에서 모두 높은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공모시장에서 100대1 이하의 경쟁률을 기록한 곳은 신화콘텍(99대1) 한 곳에 불과했다. 공모가 대비 평균수익률은 64%(스팩 제외)에 이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시가 박스권에 갇혀 있어 마땅한 투자 종목을 고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익률이 높은 공모주 청약에 대한 투자수요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지나친 공모주 청약 열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모주 저평가에 따른 차익실현을 위한 단기성 투자자금이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7월22일 상장한 화인베스틸은 일반 공모 경쟁률이 248대1을 기록했으나 상장일 시초가는 공모가보다 4% 낮은 수준에 형성됐다. 7월11일 상장한 트루윈도 청약 경쟁률이 1,018대1에 달했지만 한 달여 만에 주가가 공모가 이하로 하락하기도 했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투자정보팀장은 "높은 공모 경쟁률에 현혹돼 상장 초기 매수에 가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모가 대비 높은 시초가로 급등 출발하면 상장일이나 다음날 팔고 주가가 공모가격을 밑돌면 재매수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식시장에서 기존 상장사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탓에 새로운 종목들에 대한 관심이 지나칠 정도로 높아졌다"며 "대형주·수출주의 실적이 앞으로 정상화되면 공모주의 인기는 언제든 빠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