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IT가 산업지도 바꾼다] <7·끝> 융합규제 완화, 속도·질이 문제다

'드론' 나오자 규제 푸는 美… 공인인증서 완화 10년 걸린 韓

빅데이터·헬스케어·스마트워크, 전통산업 규제에 발목 잡혀

신기술에 걸맞는 규정 만들어야 시장 성장·신사업 창출로 연결



# 구글은 최근 스마트 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무인자동차는 이미 개발단계를 넘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 자동차는 국내에서 무용지물이다. 여러 제약이 있는 데 그 중 하나가 무인자동차여서 운전자를 대상으로 발급되는 면허증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구글의 스마트 카 개발을 돕기 위해 면허증 없이도 이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나,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이런 규정이 없다.

차세대 성장동력인 정보통신기술(ICT)의 핵심은 이종 산업간 융합이다. IT 기술이 의료, 출판, 자동차, 금융, 교육과 결합하면서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얘기다.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스마트 헬스케어, 스마트금융, 스마트 카 등이 IT산업이 전통 산업과 결합한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정부가 스마트 카 등 융합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속도와 질 면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뒤쳐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스마트를 가로 막는 규제 = 스마트 헬스 케어 산업도 스마트 카 산업과 비슷하다. 헬스케어 산업은 의료법 등 전통산업 규제에 막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다.

실제로 SK텔레콤과 서울대병원의 합작법인인 '헬스커넥트'는 의료 민영화 프레임에 갇혀 의료계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으며, 원격 진료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잠자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IT와 의료 융합이 세계적 추세인데도 법과 규제는 여전히 'IT 따로 의료 따로'"라며 "이 상태로는 미국에 헬스케어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미래 성장산업으로 꼽고 있는 '빅데이터'는 개인정보보호법에 가로막혀 있다.

이 법은 개인정보를 '살아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 성명, 주민 번호, 영상 등을 통해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로 정의하고 있다. 문제는 이 조항만으로는 개인정보의 범위가 불명확해 기업들이 정보 수집과 활용에 적극 나서는 것을 막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느 수준의 정보를, 어떤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지 사전에 판단하기 어려워 사업화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개인정보의 범위와 활용방안을 구체화한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자리 나누기의 촉진제가 될 스마트워크도 낡은 근로기준법에 가로막혀 있다. 스마트워크 활성화는 필연적으로 노동시장 유연화가 수반되는데 현행 법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근로 형태를 이원화하고, 정부는 비정규직 확대를 획일적으로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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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입찰 제한도 우리 IT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대못 규제로 꼽힌다. 자산 5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 집단)의 공공사업 참여를 전면 제한한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 법은 개도국 지원 프로그램인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참여도 제한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제조와 ICT 간 융합을 가로 막는 규제들이 산재해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신기술이 나오면 거기에 맞춰 제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낡은 규제에 신기술을 집어 넣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인기 드론 나오자 외국은 규제 완화 = 이런 가운데 미국 등 융합 선진국에서는 규제가 기술을 바로 따라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무인항공기의 일종인 '드론'이다.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에 이어 아마존까지 최근 드론 배송에 나서자 미 연방항공청 등 관련 규제 당국은 규제 완화 여부를 검토중이다. 연방항공청은 아직까지 드론의 상업적 이용에 대한 명확한 규칙 없이 개별적으로 허가 여부를 판단해 왔으나, 25kg 이하 소형 드론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예정이다. 현재 미국 드론 업계는 호주나 캐나다에 비해 규제가 강하다며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요청하고 있다.

반면 최근 세계적 추세인 IT와 금융의 결합의 경우 여전히 정부는 IT 기업의 금융업 진출을 사실상 차단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IT와 금융의 결합이라는 세계적 흐름에서 한국은 후진국이 되어가고 있다.

융합 규제 완화는 산업의 발전을 가져다준다. 실제로 최근 정부가 공인인증서 규제를 완화하자 간편 결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그나마 메신저와 금융의 결합이 조금씩 나타나는 등 규제 완화가 시장 성장과 신사업 창출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공인인증서 규제를 완화하는 데 무려 10년 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다. 업계에서 10년 간 우리 IT산업 발전의 최대 걸림돌로 공인인증서를 지목해 왔으나 최근에서나 개선됐다. 정부가 융합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이처럼 규제의 질과 속도에서는 미약한 것이 현실이다.

권헌영 광운대 교수는 "ICT 특별법을 중심으로 추진체계와 개별 부처 법령을 정비하고, 각 부처에 산재해 있는 규제와 정책 등을 통합 관리해야 한다"며 "업계 및 일반 국민에 대한 일관되고 신뢰도 높은 정책추진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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