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FTA 공청회조차 못해서야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정부 부처 합동으로 열린 제2차 공청회가 시민단체의 물리적 저지로 사실상 무산됐다. 농민단체 등의 저지로 지난 2월2일 제1차 공청회가 무산된 데 이어 제2차 공청회도 ‘한ㆍ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의 단상 점거로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산업계를 비롯해 각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공청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우리사회의 질서의식이 얼마나 뒤떨어져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시민단체는 단지 이익집단에 지나지 않으며 국민의 대표기관이 아니라는 점에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일각에서는 격렬한 반대를 도리어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시위에 해당하는 것이지 지금과 같이 원천적이고 불법적인 방해가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ㆍ미 FTA와 관련해 찬반 논의가 끊이지 않는 데는 1차적으로 정부의 책임도 없지 않다. 불가피한 측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이른바 ‘4대 선결조건’을 들어주어 이익집단을 자극한 것은 국민적 합의를 먼저 이루어야 국제협상에서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또 정부가 한ㆍ미 FTA를 추진하면서 외교나 안보 측면의 이점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는 것도 국민의 반감을 더욱 가속화할 소지가 높다. 사회 안전망이 아직 완성되지 못한 상황에서 서비스 분야 등의 개방이 급격하게 진전된다면 국민들은 외교적 이익을 위해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는 경제통합이 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한ㆍ미 FTA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모하고 상대로부터 최대한의 양보를 얻어내려면 경제 외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FTA를 둘러싸고 이념적 논쟁까지 벌어지는 것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국론분열이라는 상처만 남길 것이다. 협상이 제대로 진전되기도 전에 일방적으로 정부의 협상력을 불신하는 것 자체가 결국 대미 협상력을 깎아 내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FTA를 반대하는 시민 단체들의 불법적인 반대운동이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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