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의 도시를 바꾸자] 시리즈결산 좌담

서울경제신문이 지난 3월5일 건설교통부, 국토연구원, 건설산업연구원, 경제정의실천연합회 등 4대 기관과 공동으로 기획한 `한국의 도시를 바꾸자`연중 시리즈가 35회에 걸친 대단원의 마감을 했다. 이번 시리즈는 수도권 집중화의 원인과 대책, 비체계적이고 일관성 없는 정부의 도시정책을 재점검하는 한편 난개발의 해소방안, 환경친화적인 도시건설에 대한 비젼도 제시했다. 또 도시방재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해 시민들이 마음놓고 시설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방재시스템을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도시개발에 주민참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미국, 일본, 영국 등 해외탐방을 통해 행정수도 이전의 필요성과 국토 균형개발의 중요성도 지적했다. 공동주최 기관들이 이번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좌담회를 열고 그 동안 시리즈를 통해 제기했던 문제와 해결책에 대해 종합적으로 정리했다. 참석자 이규방 국토연구원 원장 최병선 건설산업연구원 원장 정낙형 건교부 도시국장 권용우 경실련 도시개발센터 대표, 성신여대 교수 신정섭 서울경제 부동산 부장 ▲신정섭 서울경제신문 부동산부장=노무현 정부가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수도권 집중문제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수도권 집중의 원인과 해결방안은 무엇입니까. ▲이규방 국토연구원 원장=수도권 집중문제는 지난 40년간 우리나라의 주요 정책 이슈였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수도권 성장 억제정책, 수도권 관리규제 등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역시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이는 수도권의 흡입력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중력지수라는 용어가 있는데 이는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을 끌어들이는 힘을 말합니다. 100을 만점으로 볼 때 서울의 중력지수는 95정도라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어떤 대책도 이 같은 강력한 서울의 흡입력을 저지할 수 없었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행정수도 이전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신 부장=우리나라는 돈, 교육 등이 모두 서울에 집중돼 있어 서울도시국가라고 해도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수도권 집중 완화는 결국 지방의 균형발전과 연계되는 문제로 판단됩니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방안은 무엇입니까. ▲권용우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대표, 성신여대 교수=분권, 분산, 분업 등 3분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중추 기능을 이전하고 균형화 정책을 펼쳐 수도권 기능을 변환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원장=국토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과 함께 지방 자치단체와 주민들도 자기도시를 발전시키기 위한 자생적인 노력을 해야 합니다. 현재 지방은 타 지역 사람들에 대한 배타성이 심하고 지방 토호 세력이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도 지역발전과 관련해 중앙정부에만 의지하지 말고 이 같은 지방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권 교수=현 정부는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3개 특별법을 준비중입니다. 문제는 수도권 사람들이 3분 정책으로 인해 박탈감을 느낀다는 점입니다. 서울시는 수도권 대책반을 만들고 경기도 의원들이 삭발투쟁까지 나서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수도권도 하나의 지방으로 균형발전의 대상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3분법에 대한 내용을 소상하게 국민들에게 설득, 이해 시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설득하고 이해시키려는 끈기 있는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입니다. ▲신 부장=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효과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자 합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계산한 비용보다 2배 이상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는 데 투자비용에 비해 효과가 얼마나 된다고 보십니까. ▲최병선 건설산업연구원 원장=현재의 연구 모델이나 지식의 체계를 갖고 행정수도이전의 경제적인 효과를 금전화해서 계산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영향이 미칠 것인지 생각해볼 수는 있습니다. 우선 행정수도를 이전할 경우 수도권은 인구분산, 오염, 교통 혼잡 등의 과밀비용이 줄어들고 부동산 가격도 안정화될 것입니다. 반대로 수도권 규제는 완화될 것이기 때문에 동북아 경제중심으로서의 본격 추진이 가능해 질 것입니다. 충청권은 투자 효과가 직접적으로 발생할 것이고 수도를 입지하는 데 따른 부수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수도권하고 충청권을 뺀 나머지 지역도 수도까지의 접근성이 좋아지는 이익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이 원장=수도권은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에서 독점을 하고 있습니다. 수도 집중현상이 심한 프랑스를 두고 파리와 사막으로 구성된 나라 라는 우스개가 있듯이 한국도 서울과 사막으로 구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입니다. 이 때문에 여러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모든 권한이 집중돼 있는 수도권에서 기능 일부를 분리해야 합니다. 이중 정치ㆍ행정 권력을 따로 떼서 중력지수를 떨어뜨리려는 게 바로 신행정수도 건설입니다. 신행정수도 건설을 통해 수도권 집중에 따른 각종 비용을 절감하는 것 자체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최 원장=`자식은 서울로 보내고 망아지는 제주도로 보내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는 지난 600년 동안 서울 지향적인 뿌리깊은 의식구조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신행정수도가 성공적으로 자리잡는 다면 지방발전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것입니다. 이것이 행정수도 이전 비용으로 인한 진정한 이익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국가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신 부장=행정수도 이전은 국민적인 컨센서스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벌써부터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두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데 행정수도 건설이 가능하겠습니까. ▲권 교수=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브라질은 수도를 옮기는데 71년이 걸렸고 호주는 1900년에 헌법에 옮기겠다고 명시하고 1980년대에 들어서야 옮겼습니다. 노무현 정부도 여러 가지 수도권 분산화 정책이 30년간 계속됐기 때문에 행정수도 이전이 돌연한 일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청와대라는 최고의 정치권력도 이전하겠다고 하기 때문에 상당히 설득력을 갖는다고 봅니다. 25개 부처를 같이 움직인다는 계획인데 좋은 발상입니다. 입법과 사법부도 같이 움직이는 게 좋다고 봅니다. ▲이 원장=정부에서 정책을 추진할 때 중요한 것은 기본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반대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는 자세입니다. 정부의 대책이 완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반대의견이라도 과감히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권 교수=행정이전에 대한 수도권의 반발은 당연하고 충청권을 제외한 영남권, 호남권, 강원권 등도 행정수도 이전으로 얻을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때문에 균형발전특별법이 먼저 추진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균특법을 통해 영남, 호남, 강원, 제주를 지지세력으로 만들어 놓고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해야 합니다. 수도권 뿐만 아니라 기타 지역에 대한 설득작업이 중요합니다. ▲신 부장=이젠 신행정수도라는 주제에서 벗어나서 좀더 큰 틀의 국토개발에 대해 논의해 보겠습니다. 체계적인 국토 개발방향이란 어떤 것입니까. ▲정락형 건설교통부 도시국장=국토개발 전체에 대해서 장기적으로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할 시점입니다. 난개발이란 도시기반시설을 갖추지 않고 일어나는 개발을 의미합니다. 택지지구로 지정해서 개발을 하고 있음에도 난개발이라고 비판받는 것은 공공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채 개발됐기 때문입니다. 국토법에 기반시설 연동제라는 법이 있습니다. 개발이 일어나는 상황을 잘 감시하면서 기반시설을 정비한 후 개발을 허용하고 기반시설이 부족하면 다시 기반시설을 짓고 개발하도록 하는 법입니다. 이제부터 도시개발은 이 같은 국토법에 따라 `선계획 후개발` 하도록 하게 될 것입니다. ▲이 원장=체계적인 개발을 위해서는 특별법, 간이법 등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들 법은 개발촉진을 겨냥해 급하게 만든 법이기 때문에 허술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법과 상충하는 부분도 많습니다. 그런 법령을 찾아서 깨끗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또한 국토 이용에 관한 법률이 난마처럼 얽혀 있습니다. 이로 인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종종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중앙정부는 되는데 지방정부는 구체적인 지침이 없어 못한다고 할 때가 많다고 합니다. 중앙과 지방간의 일관된 원칙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정 국장=사실 도시개발은 동네 커뮤니티가 주체가 돼야 합니다. 각 지역에서 주민들이 도시를 설계하고 중앙정부는 얼마나 잘 설계됐는지를 점검하고 필요한 비용을 잘 조달할 수 있도록 보조해주는 역할을 하면 된다고 봅니다. ▲신 부장=우리나라는 개발 규제의 천국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규제가 심하다는 불만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최 원장=그동안 국토정책을 경제정책의 하위정책처럼 취급해 온 게 사실입니다. 국토개발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용적률을 높이는 등 경제정책의 수단이 돼왔기 때문에 국토개발이 체계적으로 안됐던 것입니다. 때문에 이런 정책을 총괄조정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합니다. 국토개발과 관련된 예산 및 정책을 집행하는 국토관리청을 만들자는 주장이 예전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국토 이용과 관련된 법률이 100여 개가 넘고 건설규제와 관련된 법이 300개가 넘는 상황입니다. 필요한 통제는 해야 하지만 중복규제는 피해야 하고 특별법은 상당부분 없애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신 부장=최근 들어 환경과 개발의 상충에 대한 NGO(비정부기구)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개발과 환경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사회적 갈등이 없어집니까. ▲최 원장=개발을 하게 되면 환경은 훼손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개발을 안하고 살수는 없습니다. 어느 정도 개발하고 일정부분 보존하는 식으로는 타협해야 합니다. 국토의 5%가 도시지역으로 개발됐습니다. 앞으로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3~4%는 더 개발해야 하는데 개발에 따른 환경의 훼손을 최소화하는 타협점을 찾아야 합니다. ▲정 국장=도시정책에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이 적용돼야 합니다. 그린벨트를 지난 정부에서부터 풀기 시작했는데 후손에게도 개발할 땅을 남겨 줘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후세대는 비싼 돈을 들여 재개발을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개발을 하되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환경과 적절한 타협을 이뤄야 한다고 봅니다. ▲이 원장=환경문제는 개발초기단계부터 고려해야 합니다.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해 보완해오라고 지시하는 권한밖에 없습니다. 환경성을 검토해보고 환경훼손이 심각하면 사업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까지 줘야 합니다. ▲권 교수=땅이 부족하니 농지ㆍ산지 개발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개발은 너무 효율성 위주로 진행됐습니다. 지금 개발을 풀면 골프장, 빌라 등의 난개발이 이뤄질게 불 보듯 뻔합니다. 개발 규제를 푸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 부장=우리나라는 매년 재해로 엄청난 인명 및 재산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도시개발에서 유의할 점은 무엇입니까. ▲이 원장=우선 도시시설물의 운영을 잘못해서 일어나는 재해가 있습니다. 대구 지하철, 가스폭발 사고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일본 동경도 청사의 제일 중요한 자리에 방재관리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방재관리센터조차 제대로 없는 실정입니다. 각 도시마다 방재관리센터를 만들어야 합니다. 매년 수해로 인해 큰 피해를 입고 있는데 우선 기후가 바뀌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시간당 150mm이상 폭우가 쏟아진 게 90년대 후반 들어 2배가 늘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수해방재에 대한 기준을 전면재검토 해야 합니다. ▲정 국장=방재에 대해 국민 개개인의 의식을 높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상습침수지역에 계속 수해가 나고 피해가 나면 계속 보상 받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입니다. 건축법에 재해위험구역을 시장군수가 지정할 수 있으나 지역주민들이 집값이 떨어진다고 반대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신 부장=국토 및 도시 개발에서 주민참여가 부족합니다. ▲권 교수=현재 서울시의회 의원들과 시민참여방안을 연구중입니다. 개발의 처음부터 결과까지 이해 당사자인 해당주민과 상의하는 방식을 고민중입니다. 도시개발에 투입할 노력을 100이라고 하면 이중 70은 이해 당사자들과 대화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데 쏟아야 합니다. 미국 등 선진국은 전체 예산 및 시간의 30%는 전문가들이 계획을 수립하는 데, 70%는 주민들의 동의를 얻는데 쓰이고 있습니다. ▲정 국장=그러나 선진국 같은 선상에서 우리나라를 비교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 우리는 그동안 빨리 개발을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진국 역시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개발을 서두를 때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했었습니다. 앞으로는 주민참여에 대한 절차 및 제도를 확보해야 할 것입니다. <정리=이혜진기자 >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