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외교통상 기능조정회의에서 확정된 외교통상부 혁신방안의 핵심은 모든 재외공관장을 민간인에 개방하고 외교통상부의 1급 이상 공무원의 신분보장을 철폐하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지나치게 엘리트의식이 강하고 폐쇄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외교통상부를 전면 수술하겠다는 참여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통상부는 그동안 반기문 장관을 주축으로 대통령자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마련한 개혁안에 강력 반발, 정부혁신위와 대립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정부혁신위의 개혁안을 대부분 수용, 정부혁신위의 손을 들어줬다. 이미 예견된 대통령자문 국정과제회의의 위력이 확인된 것이다. 이에 따라 당장 외교통상부에 조직개편과 인사태풍이 몰아치고 외교통상 관행에도 일대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확정된 외교통상부 혁신방안에 따르면 모든 재외공관장은 민간인에게 개방된다. 외교통상부 공무원을 민간인과 경쟁시켜 외교관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정부혁신위는 이에 앞서 모든 재외공관을 정무외교ㆍ경제통상ㆍ문화홍보ㆍ교민영사 등 주재국 특성별로 분류, 적정한 전문가를 공관장에 임명한다.
워싱턴 주미대사ㆍ유엔대사 등은 정무외교, 제네바대사ㆍ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 칠레를 비롯한 FTA 체결 유망국가 대사 등은 경제통상 공관장으로 각각 거론되고 있다.
경제통상이 중시되는 공관의 대사를 포함한 개방직 외교관으로는 ▦대기업의 해외지사에서 오래 일한 사람 ▦해외주재관으로 활동한 다른 경제부처 공무원 ▦경제통상 관련 국제기구에 근무한 사람 ▦경제신문 등 언론사의 경제 등 전문기자 등이 검토되고 있다. 기업인이나 언론인도 대사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혁신위는 현 시점에서 재외공관장을 민간에 개방할 경우 지원자가 적거나 적정 인물이 지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민간 공관장의 보수를 대폭 올리고 3회 연임 불가 등 제한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공관장에 임명되면 장관과 ‘성과이행계약서’ 체결이 의무화된다. 성과이행계획서는 주재국의 특성별로 달라진다. 예를 들면 경제통상이 중시되는 국가에서는 한국상품 수입 등 교역실적과 한국투자실적, 문화홍보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에서는 한국과 한국상품에 대한 인지도 등이 주요 성과지표가 될 수 있다.
대사 등 재외공관장의 민간 개방비율은 인재 풀과 수요조사를 통해 점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대사의 경우 민간 개방비율은 현재 12%이다.
윤성식 정부혁신위원장은 지난 25일자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외부 민간 전문가들이 들어와서 경쟁할 수 있도록 우선 30% 이내에서 공직을 개방하고 점차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외교부 등에서 강력 반대하면서 이날 회의에서는 개방비율을 정하지 못했다.
이와 함께 외교통상부 1급 공무원의 신분을 철폐, 특권을 없애기로 했다. 외교통상부에는 1급 공무원이 129명이나 된다. 외교통상부의 특성상 1급 공무원이 많을 수 있으나 다른 부처의 경우 아무리 규모가 크더라도 10명 안팎인 것에 비교하면 지나치게 비대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윤 위원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 때 외교통상부 1급 공무원에 한해 신분을 보장했으나 원래대로 다른 부처와 마찬가지로 신분보장을 폐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