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업 보유 현금 투자물꼬 터줘야

연간매출액 25억원 이상의 기업 5,400여개를 대상으로 한 한국은행의 ‘2004년 기업경영분석 결과’는 시사하는 바 크다. 기업경영 실태는 물론이고 우리 경제의 명암, 강약점과 과제를 한눈에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은 경영효율과 체질 등에서는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과 대등하거나 오히려 더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무적인 현상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체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7.8%로 40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1,000원어치를 팔면 78원을 남긴 것으로 이는 일본보다 한참 높고 미국에는 약간 못 미치는 것이다. 그만큼 효율적인 영업과 경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 또 제조업체의 부채비율은 104.2%로 1년새 20%포인트 정도 낮아졌다. 이것 또한 역시 40년만의 최저치이며 일본ㆍ미국 등의 140% 이상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과거 빚을 내서라도 외형을 키우는데 열중했던 것과는 달리 내실경영이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기업들의 체질이 한결 탄탄해졌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그러나 이 같은 경영실적에도 불구하고 미래준비를 위한 투자에 매우 소극적이다. 수익성 위주 경영은 투자부진의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체의 현금보유액은 무려 66조원에 달하는데 설비증가율은 3.2%로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기록적 수익으로 자금여력이 풍부해졌어도 투자보다는 빚을 갚거나 그저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것이다. 내실경영의 그림자다. 또 대-중기간, 수출-내수기업간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2~3배씩 차이가 나는 데서 보듯 양극화 현상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투자부진은 성장잠재력과 고용사정 악화로 이어지고 양극화 현상은 경제적인 면에서의 부작용 뿐 아니라 사회통합 측면에서도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예삿일이 아니다. 기업과 우리경제가 내실을 강화해나가면서도 성장을 지속해나가기 위해서는 투자활성화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출자총애제한 완화ㆍ규제 완화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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