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업계의 대규모 부실이 우리경제의 큰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LG카드 사태에 이어 삼성카드 역시 막대한 적자로 인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삼성캐피탈과 합병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나머지 업체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적자가 누적되면서 경영난이 심화되자 합병과 매각 등 자구 노력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특히 은행 계열 카드사들 사이에선 통합의 회오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신용카드업계의 부실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데 있다. 개인신용조사와 같은 기본적인 원칙을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신용카드를 발급하고 대출에 나선 결과 신용불량자가 양산된 것이 신용카드사 부실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정상적인 거래자들조차 경제사정이 나빠지면서 신용카드 사용규모가 급격히 줄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으로는 신용불량자수가 계속 늘어나고 다른 한편으로는 카드사용액 자체가 줄어드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신용카드 업계의 경영난이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기가 회복되는 경우 카드업계의 경영사정이 다소 개선될 가능성은 있겠지만 카드업계의 부실이 워낙 심각해 경영이 정상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결국 우리경제가 신용카드 부실의 수렁에서 헤어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이라는 대수술을 단행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것도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업계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정책당국이 나서서 우선 신용카드업계 전반의 부실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부실이 더 커지기 전에 미리 손을 쓰는 사전적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국내 신용카드업이 직면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들을 진단하고 제도적인 허점을 보완하는 등 신용카드업의 정상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개별 신용카드사들에 대한 경영진단 등을 통해 생존방안을 강구토록 유도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돼야 한다. 국내 신용카드업계 부실의 심각성에 비추어 문제를 덮어두고 시간이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면 오판이다. LG카드처럼 곪을 대로 곪아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막다른 상황에 몰리는 경우 해당 기업은 물론 국가경제에 엄청난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신용카드업계의 부실은 금융불안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일반 기업의 부실과는 성격이 다르다. 업계 자율에만 맡겨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신용카드업계 부실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경제불안 해소차원에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
<김홍길기자 what@s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