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불합리한 금리결정구조 개선해야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연 8%대에 진입하는 등 금리상승세가 계속 되면서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고통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의 자금사정이 당분간 개선되기가 쉽지 않아 금리상승세는 상당기간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더 큰 문제다. 금리상승은 가계소비와 기업투자위축 등 경제에 큰 짐이 된다는 점에서 시급히 개선돼야 할 과제다. 금리상승세는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등 외부요인도 작용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문제는 은행들의 전근대적이고 안일한 경영에서 비롯된 측면이 더 크다. 고령화의 급진전과 증시 활황으로 은행돈이 주식시장으로 돈이 급격히 몰리는 현상이 계속됐지만 은행들은 이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고 있다가 자금이탈 사태를 맞았다. 일부 은행들은 지급준비금을 채우지 못해 다른 금융회사에서 급전을 빌려 메우는 경우도 있다. 자금이 달리면 대출을 줄이는 게 순서이지만 은행들은 수신(조달)경쟁을 벌여 금리상승에 불을 붙였다. 금리인상으로도 여의치 않자 은행들은 은행채ㆍ양도성예금증서(CD) 등 채권을 대거 발행해 자금을 메우기 시작했다. 채권수요는 적고 공급이 늘어나면 값은 떨어지기 마련인데 은행채ㆍCD를 마구 찍어내다 보니 금리가 치솟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주택담보대출금리가 CD에 연동돼 있어 CD금리가 뛰면 대출금리가도 자동으로 뛸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은행들의 안이한 경영에서 비롯되는 손실을 최종소비자인 가계와 기업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 밖에 없다. 은행의 경영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이런 불합리한 금리체계는 개선돼야 한다. 무엇보다 금리결정의 기준을 CD에서 코리보로 바꿔야 한다. 코리보는 시중은행과 특수은행 및 지방ㆍ외국은행간 거래금리를 기준으로 삼는다. 국민은행 등 4개 은행만 발행하고 있는 CD의 유동수익률에 비해 금리결정체계가 합리적이다. 또 무담보로 발행하고 있는 은행의 채권발행기준도 바꿔야 한다. 변동금리와 고정금리에 대한 금리선택권고 은행이 아닌 소비자가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도 시급하다. 은행들도 자금조달수단을 채권이나 외채, 예금 등 손쉬운 방법보다 유동화ㆍ파생금융상품 등 선진기법을 강구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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