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일본의 국채가격이 폭락세로 돌변, 금융시장 전반에 암운을 던지고 있다.일본의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 21일 1.505%로 상승한데 이어 22일에도 1.8%까지 급등했다. 이는 지난 2월3일 이후 10개월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그만큼 채권가격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일본의 국채 수익률은 불과 두달전만 해도 0.695%에 머물러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었다.
일본 국채값 하락 여파로 은행주는 폭락세를 면치 못해 닛케이 지수는 장중 한때 200엔 이상 폭락하는 등 금융시장에 민감한 영향을 미쳤다. 일본 은행들은 채권 거래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어 국채시장이 경색될 경우 경영수익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30년만기 재무부 채권(TB)의 수익률도 21일 지난 18일의 4.997%에서 하루새 5.056%로 뛰어올랐다. 투자자들은 클린턴 탄핵 파문에도 불구하고 채권에서 자금을 빼내 주식으로 몰리고 있으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수익률 상승을 부채질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경우 정부가 내년에 경기부양을 위해 채권 발행을 크게 늘리면서 공급 과잉이 우려되고 있는데다 최대 수요처인 대장성마저 자금 경색을 이유로 내년부터 매입 규모를 축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관투자가들이 일제히 국채 매도에 나섰다고 전했다.
미야자와 기이치 대장성장관은 이날 내년부터 국채를 전혀 매입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강력히 시사했다.
바클레이 캐피털의 수석 분석가인 헨리 윌모어는 『이같은 공급과잉현상은 국제 채권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일본 투자가들의 미 채권 매입을 꺼리게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채권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일본 기업들의 자금 조달난이 한층 극심해지고 엔-달러 환율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정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