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견규모의 A출판사에서 신입사원 채용을 위한 공고를 냈다. 편집부 내에서 정한 선발기준은 남자일 것, 외모와는 상관없고 그중에서도 미혼이면 더 좋다는 것. 이 같은 출판사의 신입사원 채용공고는 출판계의 여초(女超)현상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사례다. 편집부 직원 30여명인 이 출판사에 남자는 사장과 영업담당 상무이사 둘 뿐. 5년 전 만 해도 3분의 1 정도가 남자였지만 이제는 남자 편집자는 찾아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이 출판사 편집장의 설명이다. '글자와의 끝없는 싸움'이라는 편집업무의 특성이 여성들에게 비교적 어울리는 일이라는 점이 여초현상을 불렀다고 출판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그 출판사는 남자 신입사원을 성공적으로 채용했다. A 출판사의 편집장은 "남자 직원 한명을 뽑았을 뿐 인데 사무실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고, 지루하게 여겼던 회의시간에도 언제나 웃음꽃이 만발한다"고 전했다. ○‥올해 출판계의 키워드는 '현명한 삶의 추구' '블로그형 에세이' '여자' '한국형 팩션(fact+fiction)' 등으로 선정됐다. 출판 마케팅연구소가 발행하는 '기획회의' 최신호에 따르면 지난해 키워드 '행복'에 이어 올해는 '현명한 삶'을 사는 데 필요한 책이 많았다. 또 유명인의 사생활이나 신변잡기를 화려한 사진과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낸 블로그형 에세이 그리고 여자의 정체를 알 수 있는 책과 여성들을 위한 재테크가 다양했으며, 한국적 팩션이 올 한해 출판계를 강타했다. 올해는 특히 여자를 알 수 있는 그리고 여자를 위한 책이 쏟아졌다. '알파걸' '타고난 성 만들어진 성' '그남자의 뇌 그 여자의 뇌' 등 여성들의 정체를 알 수 있는 책들과 '여자생활백서' 등의 성공 이후 '솔직한 여자가 사랑도 강하다',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등 여성을 타깃으로 한 자기계발서가 두드러진 것도 올 한해 출판계의 특징으로 꼽힌다. 우리 소설이 히트친 것도 새로운 트렌드. 김훈의 '남한산성' 황석영의 '바리대기' 김별아의 '논개' 등 우리 작가들의 역사 팩션이 줄줄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