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학생과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 밀려 결국 최초고용계약(CPE) 법안을 폐기함에 따라 수 개월째 프랑스를 뒤흔들었던 소요사태는 일단 진정국면을 맞게 됐다.
그러나 유럽에서 가장 경직된 것으로 평가 받는 노동시장을 유연화 하려던 프랑스 정부의 시장 친화적인 개혁조치가 좌절됨으로써 프랑스 경제는 앞으로 해외투자가 감소와 성장률이 둔화 등의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경제계와 주요 외신들은 “프랑스의 시장경제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고 우려했다.
◇노동시장 유연화 실패로 성장둔화 우려= 당초 CPE를 적극 옹호했던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총리는 CPE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9.6%에 달하는 실업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빌팽 총리는 CPE 폐기가 결정된 후 “당분간 프랑스 정부는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하나의 목표에 노력을 집중할 것”이라며 “고용주의 유연성 증진과 노동자의 안정성 확보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했지만 모두에게 이해를 얻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CPE 철회에 대해 프랑스 경제계와 이코노미스트들은 대부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프랑스 나트시방크의 마크 토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프랑스에서 인력채용 계획을 가지고 있던 기업들은 이번 사태로 계획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며 “프랑스의 개혁이 물 건너 갔다고 느낀다면 기업들은 노동시장이 유연한 다른 나라로 옮겨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계속된 파업과 시위로 올해 프랑스의 성장률은 매 분기별 0.1%씩 감소할 전망”이라고 추산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프랑스의 올 1ㆍ4분기와 2ㆍ4분기 성장률이 각각 0.5%로 유로화 단일통화지역인 유로존 성장률 0.6%를 다소 밑돌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또 이날 발표된 프랑스의 2월 산업생산 역시 예상 밖으로 0.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대선판도도 변화 예상= CPE 폐기 여파로 내년 여당 대선후보를 둘러싸고 2파전을 벌이던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과 빌팽 총리의 명암이 크게 엇갈렸다. 이번 사태의 최대 수혜자인 사르코지 장관은 줄곧 CPE에 유보적 입장을 취하다 막판 학생 및 노동계와의 협상을 조율하며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반면 시라크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로 불리던 빌팽 총리는 CPE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지지율이 급락한데다 학생ㆍ노동계의 반발로 총리직 낙마 위기에 몰리게 됐다. 최근 조사에서 빌팽 총리의 지지율은 25%로 지난해 12월의 절반 수준으로 급전직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