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환률정책 실기의 파장(사설)

원화가 지나치게 고평가되어 수출경쟁력이 떨어져 걱정이더니 이제는 대미달러 환율이 급등하여 우리경제에 충격을 던지고 있다.한마디로 환율정책의 실패 탓이다. 경제위기 상황의 진원인 수출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환율인상이 요구되어 왔으나 부풀어오르는 무역적자 속에서도 물가부담을 이유로 그동안 끄떡도 않던 정부가 뒤늦게 환율을 올리는 쪽으로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엔화가 더 큰 폭으로 떨어짐으로써 수출이 늘기는 커녕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주력상품의 경쟁력이 떨어져 오히려 수출부진으로 나타나고 있다. 환율정책이 실기했기 때문이다. 수출에 도움이 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물가불안과 대외 채무 상환부담이 늘어나는 덤터기만 쓰게 되었다. 이같은 상황은 이미 예견되었던 것이다. 정부의 예측능력이 부족한데다 대책도 없이 안이하게 낙관만 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경제는 더욱 어렵게 되어가고 경제운영도 혼란을 겪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정책은 적기에 실시해야 부작용 없이 실효가 있고 실기하면 효과는 없고 부작용만 커진다는 교훈을 또 한번 되새기게 한다. 원화의 대미 달러 환율은 28일 1달러당 8백31원10전으로 올해초 7백74원70전에 비해 무려 56원이나 올랐다. 지난 93년 시장 평균 환율제 도입 후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그럼에도 수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는 엔화가치가 더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엔화의 대미 달러 환율은 1달러당 1백13.96엔으로 급락했다. 이 또한 93년 4월 이후 최저치다. 올들어 원화가 7% 넘게 절하되었지만 엔화가 이보다 큰 폭인 9% 이상 절하됨으로써 원화환율 상승효과를 상쇄하고도 넘쳐 오히려 수출 경쟁력 후퇴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수출촉진에 도움이 되지 못한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불행하게도 물가관리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환율 급등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수입물가 상승은 다시 생산자 물가와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여기에 환율 상승분만큼 돈이 더 풀리고 이 돈이 물가를 자극하게 된다. 또 환율 급등이 대외 부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빚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외채가 급증해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총외채 규모는 9백억달러(7월말)를 넘어섰고 순외채도 2백70억달러에 이르러 추가상환 부담액만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수출이 안되면서 증시 등의 외자 유입도 둔화되어 달러부족을 부추기고 있으며 달러 부족이 환율상승 분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환율 정책의 실패가 경제를 꼬이게 하는 것이다. 획기적인 수출촉진과 과소비 억제책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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