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고가제품은 가라"… 라면·속옷 등 '불황형 상품' 불티

얼어붙은 경기… 달라진 소비패턴<br>대형가전 매출 작년보다 9% 급감… 난방용 소형 가전은 10.4% 증가<br>값싼 냉동과일·건과일 소비 늘고 편의점 PB상품·도시락 매출 폭증

라면·내의 등 불황형 상품의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16일 한 대형마트 라면 코너에서 고객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


'고가제품 노(NO), 저가제품 오케이(OK)' 유럽발 위기로 찬바람과 함께 체감경기마저 얼어붙으면서 소비자들이 높은 가격의 상품 구매는 미루고 낮은 가격의 상품에만 손을 내미는 전형적인 '불황형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편의점에서는 저가의 자체브랜드(PB) 상품이나 도시락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대중교통 이용을 위한 카드 충전도 급증하고 있다. 이마트가 지난 11월15일~12월14일 한 달간 구매경향을 지난해와 비교분석한 결과 이 같은 트렌드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가전제품의 경우 양문형 냉장고나 대형TV 등 대형가전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9.3% 급감했지만 소형가전은 오히려 10.4% 늘어났다. 특히 전기매트 49.7%, 전기요가 42.9%의 신장률을 기록하는 등 겨울 난방비를 절감할 수 있는 소형가전 제품 판매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대형 제품의 판매가 줄면서 가전 장르의 전체 매출은 6.5% 줄었다. 의류도 마찬가지다. 가격대가 높은 겨울점퍼와 외투 등 대부분의 상품이 지난해보다 매출이 줄어들었지만 내의와 속옷 등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아이템은 전년보다 3.8% 신장했다. 특히 내의는 11.0%나 신장했다. 의류 전체 매출은 2.2% 줄었다. 가공식품도 생필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신장했다. 하지만 주류는 오히려 마이너스 신장률을 기록했다. 조미료가 9.7%, 라면 11.1% 신장했지만 주류는 6.4% 줄어들었다. 과일 코너에서도 비교적 싼 냉동과일이나 건과일 소비가 증가하는 등 불황형 소비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냉동상품이나 말려놓은 건상품의 경우 수확량이 많은 수확기에 작업해 많은 양을 비축하기 때문에 생과일보다 가격이 싸다. 이마트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전년 동기 대비 판매신장률이 냉동과일 125.5%, 건과일 25.9%에 달했다. 수입과일은 보통 가격이 비싸지만 냉동이나 건 형태는 저렴하고 가정에서 바로 먹거나 샐러드ㆍ주스ㆍ빵 등에 넣어 손쉽게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수요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건블루베리ㆍ건망고 등 인기품종에 대한 직소싱을 시작했다. 이마트의 한 관계자는 "소비 스타일이 전형적으로 불황형으로 변하고 있다"며 "물가는 급등하고 가계가 이자부담으로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불황형 소비 형태는 편의점업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들어 500원짜리 초저가 PB상품들이 날개 돋친 듯 판매되고 대중교통 이용객 증가로 교통카드 충전 건수도 크게 늘었다. 도시락 판매도 2배 이상 증가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지난 11월15일~12월14일 최근 한 달간 판매량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본 결과 저가의 PB상품 판매가 급증했다. 500원짜리 PB아이스바는 130.8% 증가하며 바 아이스크림 매출 신장률 1위를 기록했고 500원짜리 PB생수도 40.5% 증가했다. 저가 PB상품의 판매 약진에 힘입어 올해 세븐일레븐 PB상품 매출비중은 27.8%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포인트 증가했다. 김병철 세븐일레븐 과자류 상품기획자(MD)는 "기존 상품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PB과자류 구색을 늘리고 패키지를 리뉴얼해 소비자의 눈길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고유가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크게 늘고 있다. 같은 기간 전국 5,400여점의 교통카드 충전 매출을 분석해보니 지난해보다 68.4%나 증가했다. 교통카드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6.3%나 늘었다. 경기불안이 심화되면서 외식은 물론 점심값마저 줄이려는 직장인들이 늘어나 편의점 도시락 이용객도 폭증했다. 11월의 세븐일레븐 도시락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5.6%나 늘었다. 650원에 판매하고 있는 신라면(정상가 780원), 600원에 판매하는 삼양라면(정상가 700원)이 각각 67.8%, 57.1%나 판매가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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