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부업체 절반이상 문닫았다] 다시 음지로 속속 U턴

`양지`로 나온 대부업체들은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금융 소비자들 역시 `법`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 마찬가지다. 시민단체과 전문가들도 `대부업법 시행 1년`에 대해 그리 후한 점수를 주지 않고 있다. 법 시행과 함께 전국의 4만~5만개로 추산되는 사채업자 가운데 1만3,000여개가 관할 시ㆍ도에 등록해 예상 밖의 성공을 거두는 것 아니냐는 기대는 기대에 그친 셈이다. 제도권에서 견디지 못한 업체들은 다시 줄지어 `지하`로 숨어 들고 있다. 결국 대부업체들이 은행, 제2금융권에 이어 `제 3금융권`을 형성하는 데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과 제도적ㆍ행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금융계 안팎의 결론이다. ◇현실 장벽 두터워=대부업체들이 제도권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자금조달`과 `법정이자율(연 66%)`이라는 장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 A대부업체 사장은 “대부업체의 주고객층은 은행과 2금융권이 외면하고 있는 `신용위험이 높은` 고객층인 만큼 돈을 떼이는 비율(부실률)을 감안해 이자를 받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비교적 고객구성이 좋은 대형 대부업체들이라도 빚을 회수하지 못하는 비율, 즉 부실률이 50%가 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기에 조달금리를 더해 대출이자를 결정해야 하지만 66%라는 법정 이자율은 현실적으로 너무 빡빡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예전처럼 `전주(錢主)`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등록업체인 만큼 세원이 노출되고 회계처리도 제대로 해야 하는 만큼 돈을 대겠다는 사람이 나서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은행이나 상호저축은행 등 상위의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빌릴 수도 없고, 회사채를 발행할 만큼 신용도가 높지도 않다. ◇소비자 피해 여전=참여연대가 금융감독원의 `사금융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사례를 분석한 결과 대부업법 시행 이전에는 평균 사채(私債)대출금리가 170% 였으나 최근에는 200%가 넘어 서민들의 고금리 피해는 오히려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업법 시행 이후 등록한 1만3,000여업체중 절반 가량이 문을 닫거나 불법영업으로 U턴한 것으로 분석되는 만큼 피해자들은 여전할 수 밖에 없다. 등록업체 역시 지자체 등 행정당국의 단속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얼마든지 불법영업이 가능하다. 서울시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담 공무원은 고작 2명뿐이고 대부업자를 상대로 지금까지 세미나만 한차례 실시했을 뿐 방문검사 실적은 전혀 없었다. 대부업 양성화 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해외자본이 변화 촉발=전혀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일본계 자본이 들어와 `대형 대부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 A&O그룹이 선도사로 자리를 잡았고 아코무, 다케후지, 프로미스 등이 내년 상반기 본격적으로 국내에 상륙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일본계 뿐만 아니라 유럽계ㆍ미국계 등도 국내 대부업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어 이들이 각축을 벌이면서 서서히 시장의 틀을 잡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또 일부 현금사정이 좋은 제조업체 및 벤처회사들이 대부업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다만 이러한 대형사들이 시장의 축을 형성한 이후에도 수만개의 `영세업체`들을 어떻게 제도권으로 끌어낼 것인지, 불법영업의 고리를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는 여전히 정부와 지자체의 숙제로 남게 된다. <김홍길기자 wha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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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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