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한국의 베이비부머 황금연못을 찾아나서다] 국내도 '선진국형 실버문화' 확산

교육수준 높고… 경제력 갖추고…


지난해 실시한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흥미로운 노인관련 통계가 눈에 띈다. 5년 전인 지난 2005년 인구총조사에서 전국에 고작 42명이었던 60세 이상 4년제 대학 재학생이 2010년에는 748명으로 무려 18배나 늘어났다. 대학원에 다니는 60세 이상 인구도 2005년 65명에서 지난해 554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여전히 소수이기는 하지만 사회에서 은퇴한 노년층이 대학을 다니는 게 마냥 신기한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실버세대가 달라졌다.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되면서 교육 수준이 높고 구매력 있는 고령층이 새로운 실버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용인에 위치한 명지대 엘펜하임은 전국 최초로 대학캠퍼스와 연계된 실버타운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곳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학교로부터 평생교육 서비스를 받는다. 부동산 재테크 등 경제강좌는 물론 한자교실ㆍ생활법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노인대학 강좌에서 일정 학점 이상을 이수하면 명예 졸업장까지 받으며 강사로 활동할 기회도 얻는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노년층을 위한 각종 교양강좌를 마련하는 것은 새로운 뉴스도 아니다. 과거 노래교실 수준에 머물던 노인 대상 강좌는 어느새 요가ㆍ침구교실ㆍ라틴댄스 등 젊은이들도 쉽게 접근하지 어려운 영역으로까지 확대됐다. 일부 구민회관에서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작품을 만드는 고급강좌 인기가 높다. KT IT서포터즈의 실버컴퓨터교육에 참가한 한 강사는 "손주 돌잔치 때 쓸 동영상을 만들겠다며 스위시를 배우는 어르신들이 많아 깜짝 놀랐다"며 "용인 등 노년층들이 많이 사는 수도권 일부 신도시에서는 강좌 출신 어르신들이 초급반 강사로 직접 나서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한국의 실버세대는 지금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있다. 최근 실버세대가 된 60대 중반 세대는 1950년대 중반에 초등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근대교육을 제대로 받은 첫 세대나 다름없다. 근대화와 산업화를 온 몸으로 겪으며 과거 노인들과는 달리 폭넓은 사회생활을 했고 변화에도 개방적이다. 특히 경제력을 어느 정도 갖춘 실버세대들의 경우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다양한 소비경험과 노하우가 있다. 개발연대에 쌓은 부동산 투자 노하우와 자산도 있고 예금은 물론 주식ㆍ채권 등도 다양하게 접했을 정도로 재테크에 관심이 많다. '선진국형 실버세대'가 우리나라에 처음 등장한 것이다. 그렇다 해도 여유 있는 실버세대가 아직은 우리나라 노년층의 주류는 아니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0년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월 평균소득은 183만원으로 전체가구 월평균 소득(344만원)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그나마 주 소득원은 자식 등이 용돈으로 주는 이전소득(33.1%)이 가장 많았고 근로소득(32.3%), 사업소득(24.9%) 등이 뒤를 이었다.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30.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았지만 노인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경제적 어려움(41.4%)이 1순위로 꼽혔다.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소장은 "5년 이상 시간을 갖고 준비하면 행복한 은퇴생활이 될 수 있지만 준비되지 않은 은퇴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된다"며 "경제적 준비는 물론 주거계획ㆍ취미생활ㆍ평생교육 등 생활 전반에 대한 지식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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