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8·31대책] 외국사례 ③ 중국

부동산 투기열풍으로 따지면 중국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개혁.개방정책이 완숙기에 들어가면서 외국투자가 쇄도하는 가운데 중국경제가급성장했고, 그 여파가 고스란히 부동산시장에 투영됐다. 중국 부동산투기의 진앙지인 상하이(上海)의 최근 몇년간 지표를 보면 그 열기를 느낄 수 있다. 상하이 지역의 아파트는 지난 2002년에 ㎡당 평균 4천134위안(元)이었으나 2003년 5천118위안, 2004년 8천420위안으로 급상승했다. 특히 인기가 많은 시내 중심부의 아파트는 3년전 6천위안 선이었으나 올초 2만5천위안으로 4배 이상 오르기도 했다. 상하이에서 시작된 부동산 열기는 베이징(北京)과 항저우(杭州) 등 다른 지역으로 급속히 확산됐다. 그 와중에 `중국판 개성상인'들로 불리는 원저우(溫州) 투기단이 `치고 빠지기' 수법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지난 2003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한 투기열풍은 지난해 중국당국의 긴축정책 속에서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한국의 부동산시장처럼 `불패신화'를 자랑했다. `당국이 정책을 내놓으면 시장은 대책을 준비한다'는 유행어도 이때 나왔다. 그리고 한국인 투자원정단이 등장한 것도 이때부터다.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올 봄 절정에 달했다. 올 1분기 상하이, 베이징 등 중국의 주요 35개 도시의 부동산가격 상승률은 무려 19.1%를 기록했다. 그런 중국의 부동산시장이 2분기를 고비로 주춤했다. 중국 당국이 `더이상 참지못하겠다'면서 강력한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부동산과열을 우려한 중국 정부가 지난 5월 11일, 이른바 `중국판 8.31대책'이라고 할 만한 `주택가격 안정에 관한 업무의견 통지'를 발표했다. 중국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의 골자는 영업세 형식의 양도세를 도입하고 고급주택에 대해서는 전매를 철저하게 제한하는 것이었다. 또 주택대출금리 인상과 장기보유 부동산에 대한 미개발부담금 부과, 건축규모 허가제 등도 실시했다. 이는 1999년 당시 침체한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개인의 주택전매에 수반하는 소득세와 토지증치세 등의 면제조치를 사실상 철회하는 것으로 중국 당국의 부동산 정책의 방향이 전환됐음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상하이의 경우 기존에는 거래가격의 1.5%이던 부동산 세금을 고급 주택(시내 중심가의 경우 건평 140㎡ 이상이며 ㎡당 분양가가 1만7천500위안이 넘는 경우)에 대해서는 3%로, 2년안에 고급주택을 팔 경우 주택가격의 5%를 양도소득세로 내도록 했다. 대부분의 거래 아파트가 고급주택 대상에 해당된다고 볼때 예전보다 세금부담이크게 늘어났다. 각종 수수료까지 계산하면 대략 거래가격의 10% 정도를 세금으로 내게됐다. 다른 지역도 비슷한 대책을 적용했다. 그 결과 중국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이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관심의 초점인 상하이의 경우 뚜렷한 가격 하락을 연출, 중국 당국의 의지에 시장이 주춤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리고 대세가 하락세로 전환됐다. 대략 100여일이 지난 현재 상하이를 비롯한중국 주요도시의 아파트 평균 가격은 약 30% 내외 하락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갑자기 불어닥친 불경기를 이기지 못한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속속 폐업하는 등 무더운한여름에 부동산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국이 일관된 의지를 관철한 것이 시장의 분위기를 바꾸는데 주효했다"고 풀이했다. 사회주의 중국의 특성을 감안할 경우 당국이강력한 의지를 고수하는 것을 볼 때 '겁이 날만도 했다'는 것이다. 현재의 하락추세는 일단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하반기에도 부동산 가격 잡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5~6월 건설부, 국토자원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 7개 부처가 공동으로 베이징과 허베이(河北) 산둥(山東), 충칭(重慶), 장쑤(江蘇), 안후이(安徽),후난(湖南), 후베이(湖北) 등 8개 지역의 부동산시장에 대한 조사작업을 벌였다는후문이다. 중국 당국은 이번 조사를 통해 부동산시장이 일부 안정세로 돌아선 것으로 확인했지만 보다 지속적인 부동산 억제정책을 통해 올해 부동산 가격 상승률을 축소해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올해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10%를 넘어서지 않을 것으로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하반기에 부동산 억제를 위한 추가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의 80%가 향후 정부가 내놓는 국가정책을 보고 움직이겠다며 관망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최근 시장에는 미묘한 움직임이 잡히고 있다. '하락기가 바로 기회'라며강력한 매수세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위안화 절상을 노린 핫머니가 중국 부동산에 대거 유입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다시 꿈틀댈 징후를 보이고 있다는 소문이무성하다. 자취를 감췄던 원저우 투자단들이 최근 다시 상하이와 항저우 등지에 나타나 매물을 사들이고 있다는 전언도 있다. 모건스탠리 등 대형 국제투자사들은 상하이의굵직굵직한 사무실 빌딩을 '헌팅'하고 있는 것도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몇년간의 광풍(狂風)이 다시 중국 부동산시장에 불 가능성은 크지않다는게 현지 시장의 분위기다. 상하이 푸둥의 부동산 관계자는 "당국의 강력한 의지가 확인된 만큼 또다시 부동산 급등세는 연출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다만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상하이 엑스포 등 대형 국제이벤트와 중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 등을 생각할 때 안정적인 상승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상하이=연합뉴스) 이우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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