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2월 3일] 말뿐인 출혈 경쟁 자제

'초고속인터넷 1년 무료 사용' '인터넷전화ㆍ초고속인터넷ㆍ인터넷TV 함께 가입시 현금 40만~42만원 지급' 올 들어 초고속인터넷 시장이 극도로 혼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이나 지방 가릴 것 없이 전국 각지에 새 아파트 단지 등이 들어서는 곳은 어김없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전단지들이 뿌려진다. 연립주택이 밀집해 있는 주거단지도 예외는 아니다. 사실 초고속인터넷 시장이 혼탁 양상을 보인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오죽하면 제 돈 다 주고 초고속인터넷을 쓰는 사람은 바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심지어 통신업체에 현재 사용하는 초고속인터넷을 해지하겠다고 엄포만 놓으면 손쉽게 백화점 상품권 등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하는 이도 있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으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문제는 최근 통신사 간 과당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3개월 남짓하던 무료사용 기간은 이제 1년이 대세가 돼 가고 있고 20만원대였던 가입시 현금지급 규모도 이미 40만원대를 넘어섰다. 한 업체가 새로운 조건을 내걸면 또 다른 업체는 한 걸음 더 나아간 조건을 내거는 시장환경에서 이런 출혈경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제가 가시화될 때 정도를 제외하면 시장은 예나 지금이나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연초에 통신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출혈경쟁을 자제하겠다고 공언했음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상철 통합LG텔레콤 부회장은 최근 최시중 방통위원장과의 오찬에서 "마케팅비를 줄이고 연구개발(R&D)에 힘썼다면 애플ㆍ구글도 한국에서 나왔을 것"이라며 마케팅비 경쟁을 자제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석채 KT 회장 역시 "현찰을 뿌리는 마케팅을 자제하면 경쟁 수준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공언에 진정성이 있었다면 최소한 조금이라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하지만 CEO의 출혈경쟁 자제 언급에도 불구하고 전혀 달라진 점이 없는 것이 지금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현주소다. 출혈경쟁은 연구개발 소홀로 이어지고 결국 소비자의 가치 증진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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