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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많이 오르지도, 비싸지도 않은 中시장

김도현 삼성증권 연구위원


상하이와 홍콩 증시 간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후강퉁 시행 후 상하이종합지수가 크게 오르다 보니 '중국 시장이 좋다는 것은 알겠는데 너무 많이 올랐다'는 의견과 '중국 시장 주식이 너무 비싸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들려온다. 물론 오늘 사서 내일 파는 단기매매를 하는 투자자의 관점으로 보면 맞는 표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 시장의 큰 그림을 보고 장기투자를 하겠다는 투자자의 시각이라면 '천만의 말씀'이라는 표현이 적절한 대답이다.

우선 상하이종합지수와 한국·미국·일본·홍콩 등 세계 주요지수들의 수익률 차이부터 따져보자. 지난 1년 수익률로 계산해보니 상하이 시장이 50%가량의 수익률로 단연 1등이다. 하지만 기간을 5년으로 늘려놓고 보면 이야기가 크게 달라진다. 지난 2009년 이후 연평균 수익률로 환산해보니 미국과 일본 시장은 약 10%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한국 시장도 크지는 않지만 수익을 내고 있다. 반면 상하이 시장은 유일하게 지난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다.

결국 긴 관점에서 보자면 상하이 시장은 많이 오르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저 차트를 보는 우리 눈에 그렇게 보일 뿐이다. 최근 상하이 시장의 급등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다른 주식 시장들이 상당히 뛰어오르고 있을 때 전혀 움직이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키 맞추기'로 보는 해석이 맞다.


아울러 비관론자들이 주장하는 또 다른 논리는 중국 시장이 비싸다는 이야기다. 이 역시도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은 지금 상하이 시장은 주가수익비율(PER) 기준으로 15배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2009년 상하이 시장의 PER는 20배가 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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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해외 시장과 비교해도 같은 결론이 나온다. 지금 상하이 시장은 PER 기준으로 보면 미국 시장의 80%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2010년만 해도 상하이 시장은 미국 시장 대비 20%의 프리미엄을 받고 있었다. 결국 상하이 시장의 현재 주가 수준은 '너무 가격이 낮았던 시장이 이제 합리적인 수준에 근접하게 밸류에이션이 형성되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상하이종합지수가 40%가량 오르기는 했지만 글로벌 시장을 둘러보면 2010년 이후 그 정도 랠리가 없었던 곳은 많지 않다. 실제로 미국 시장은 2010년에 비해 지금 두 배 이상 상승해 있다. 그러나 지금의 단순한 상승 폭만 놓고 미국 시장을 고평가됐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은 없다.

그럼에도 왜 우리는 지금 중국 시장의 상승 폭만 보고 이렇게 걱정만 하고 있을까. 지금 중국 시장이 많이 올랐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논리로만 따지면 미국 시장은 말도 안되는 버블이라고 해야 할 텐데 말이다.

결론적으로 지금 중국 시장이 비싸거나 버블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그 주장인즉슨 PER 15배, 배당수익률 3%, 자기자본이익률(ROE) 17%의 시장이 버블이라는 것과 같은 논리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상하이 시장이 한국 증시에 비해 많이 상승한 것처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상하이가 고평가된 것이 아니라 그만큼 우리 시장이 장기적으로 소외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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