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 한국은행 집계 결과 8월 말 현재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조3,619억원으로 한달 전보다 3.6%(3,278억원)나 늘었다. 은행(1.0%), 신용협동조합(0.7%), 상호금융(0.4%), 새마을금고(0.6%)에 비해 월등히 높은 증가율이다. 금리도 턱없이 높다. 전체 대출 중 30%대 고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자산규모 1위인 HK저축은행의 65%를 비롯해 현대·스타·모아·스마트 등이 모두 80%를 웃돌았다. 기준금리 2.0%시대에 대출금리 30%대를 요구하는 저축은행은 서민금융의 첨병이 아니라 서민 약탈자나 다름없다.
대출급증의 배경도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금융위원회가 저축은행 사태에 쏟아부은 공적자금을 회수하려고 올해 대부업체의 부실 저축은행 인수를 허용했고 이들이 서민들을 상대로 공격적 마케팅을 벌인 결과라는 것이다. 2년 전 저축은행들이 부실을 겪었던 배경이나 서민이 당해야 했던 고통을 잘 아는 당국이 다시 그 전철을 밟으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국회 국정감사 결과 저축은행 부실정리 비용이 당초 예상액 15조원에서 27조1,150억원으로 무려 55%나 늘어난 상황이다. 여전히 저축은행 사태는 진행 중이라는 얘기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체면도 말이 아니다. 7월 초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만 이뤄진다면 규제차이 때문에 저축은행의 고금리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서민이 은행 대출로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7·24부동산대책에 따른 LTV·DTI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정반대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경제 살리기라는 명분과 정책적 요구가 아무리 커도 정책 결과에 대한 설명은 보다 정확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저축은행처럼 서민의 삶과 직결되는 사안에서 정책의 신뢰를 잃어서는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