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땅값 급등락… 홍보전 血稅 낭비…

■ 지자체 대형 국책사업 탈락 후유증 크다<br>대전시, 자기부상열차사업 유치실패로 부작용 속출<br>홍보물·사업 타당성 용역위해 막대한 비용 투입도<br>신청자격 강화·객관적 사업지선정시스템 마련돼야


상당수 지방자치단체들이 빠듯한 살림살이 속에서 막대한 인적ㆍ물적 경비가 소요되는 국책사업공모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것은 일단 유치에 성공하기만 하면 상당한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단체장의 경우 정치적 효과도 만만치 않아 대개의 경우 일단 국책사업 유치전에 뛰어들고 보자는 식의 자세가 팽배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때문에 국가적 자원낭비를 최소화하면서 국책사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공모자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의 대안과 부작용 최소화 방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부작용과 후유증 양산=자기부상열차 시범노선 유치사업과 관련, 대전시는 정부대전청사~유성구 전민동 엑스포아파트 구간을 시범노선 구간으로 제안하고 해당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현장설명회까지 가졌다. 이 과정에서 전민동을 중심으로 한 주변지역 아파트 및 토지 가격 등이 일제히 급등하는 사태가 빚어졌으나 유치 실패가 확정된 뒤 하락세로 급반전, 상당수 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대전시는 또한 자기부상열차 시범노선 유치를 전제로 자기부상열차와 경전철 등을 골자로 한 대전시 중장기교통체계를 구상하기도 했으나 이를 포기해야 했다. 이에 앞서 대전시는 2억원의 예산을 들여 시범노선 유치 타당성 용역을 시행했고 홍보물 3,000여점과 플래카드 수백장을 제작ㆍ배포ㆍ부착하는 데 막대한 비용을 투입했다. 대구시는 120쪽 분량의 유치제안서 작성을 위해 지난 2월부터 정책개발담당관실 직원 11명 중 5명을 투입하는 등 행정력을 여기에 꽤 집중했다. 또 자기부상열차가 상용화된 일본을 현지 견학하는 데도 시민의 혈세를 썼다. 광주시의 경우도 타 지자체에 비해 뒤늦게 유치전에 가담, 수억원을 들여 용역을 수행한 것은 물론 지하철건설본부 전직원은 지난 2월 이후 제안서 작성과 주민유치동의서 작성 및 서명확보 등을 위해 한시도 쉴 틈이 없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행정력이 많이 집중되다 보니 다른 업무의 진행은 당연히 뒤로 밀리거나 소홀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래도 국책사업 유치 올인한다=이 같은 유치 탈락에 따른 부작용과 후유증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들은 정부의 대형 국책사업 유치에 너도나도 올인하고 있다. 이달 중 1개 예비사업자가 선정될 로봇랜드 테마파크 조성사업의 경우 강원도와 대전시 등 전국 11개 지자체가 도전장을 낸 상황. 이들 지자체의 유치전은 여름 무더위를 무색하게 할 정도다. 대전시는 서남표 KAIST 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유치추진위를 구성한 데 이어 국내 최초 인간형 로봇인 ‘휴보’를 명예홍보대사로 임명하는 등 유치 분위기를 달구고 있고 로봇랜드 유치 전용 사이트를 별도로 마련해 온라인 서명도 받고 있다. 경북도 또한 한준호 전 한국전력 사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유치추진위를 구성, 활동을 벌이고 있고 광주시는 7일 지역 국회의원과 경제계 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유치대책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충북ㆍ강원ㆍ대전 등 전국 10여개 지자체 또한 정부가 내년부터 추진할 5조원대 규모의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전 준비에 여념이 없다. 사업발표가 이뤄진 지난 2005년 이후 강원도 원주시는 이미 지난해 원주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협의회와 첨단의료복합단지유치위원회를 구성, 유치 활동을 전개하고 있고 대전시도 지난해 8월부터 유치추진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 ◇공모자격 가이드라인 등 대책 시급=지역균형발전 취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부 국책사업 공모제가 이처럼 정부에 대한 불신은 물론 지자체의 사기저하, 지역 간 대결구도까지 낳고 있는 것이다. 임준묵 한밭대 산업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지자체 공모를 통한 국책사업을 추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지자체들이 수긍할 수 있는 투명성과 객관성”이라며 “정치적 논리와 힘의 논리가 개입될 경우 정부에 대한 지자체의 불신만 가중시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가 판단해서 국책사업 최적합지를 선정하고 이 국책사업과 연관이 있는 여타 지자체를 유기적으로 결합시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홍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대형 국책사업 유치전이 지역의 사업여건보다 정치적 영향력 등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신까지 낳고 있다”며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측면과 함께 지역이 보유한 실제 경쟁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사업대상지를 선정하는 시스템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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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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