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화형 기술/‘사이버 민주주의’ 꽃핀다/정보통신 대격변

◎방송 통신 쇼핑 교육 게임…/일방적 정보주입 탈피/소비자의사 바로 전달/사용자주권시대 개막/산업계 전체 일대혁신K씨는 해외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TV를 켰다. 지난주 방영된 「용의 눈물」을 주문형 비디오로 보기 위해서다. K씨는 비디오를 이용하듯 방송국에서 보내온 TV 프로그램을 재미있는 장면은 두세번씩 반복해 보고 지루한 부분은 건너뛰기도 했다. 지금까지 시청자들은 수동적으로 방송국이 주는 정보를 보고듣기만 했다. 이때문에 사람들은 TV를 바보상자라고 불렀다. 그러나 대화형 기술이 도입되면 소비자들은 더이상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시청자들은 원하는 프로그램을 원하는 시간에, 필요한 내용만 골라 볼 수 있다. 심지어 내용까지 바꿀 수 있게 된다. 「시청자 주권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방송뿐이 아니다. 대화형 서비스는 제공자와 소비자가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서비스다. 제공자가 일방적인 서비스만 제공하는 단방향 서비스와 달리 소비자의 의사가 분명히 반영되는 쌍방향 서비스다. 전문가들은 『대화형 기술이야말로 서비스의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동영상기술과 가상현실이 발전한 미래에는 대화형 기술이 쇼핑·교육·오락·의료 등 모든 서비스의 질과 개념을 크게 바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방송·쇼핑·교육 등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전자도서관이 한 예다. 전자도서관이 구축되면 대학의 대형 도서관에 갈 필요가 없다. 대형 컴퓨터와 대용량의 하드디스크, 네트워크와 PC가 도서관의 전부다. 먼지를 마셔가며 필요한 책을 찾을 필요도 없다. PC로 메뉴를 검색하다가 필요한 부분에서 마우스만 한번 누르면 된다. 전자도서관에서 나오는 정보는 상상을 초월한다. 몇 권의 책이 아니라 지구촌에 존재하는 모든 자료에서 나오는 정보다. 전자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사이버 대학 설립도 점쳐지고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대화형 서비스가 활발하게 제공되고 있다. 대화형 서비스의 기반인 초고속망 구축사업과 컨텐트 사업 등 관련 사업도 활기를 띠고 있다. 대화형 기술은 산업 전체에 일대 변혁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단방향 서비스에서 쌍방향 서비스로 바꾸지 못한 기업은 지금의 자리에서 물러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큰 백화점도 전시 공간과 상품 수는 제한되어 있다. 부족한 공간은 대기업이나 유명업체가 독점하고 있다. 그러나 대화형 기술이 가미된 TV 홈쇼핑, 인터넷쇼핑은 시간과 장소의 제한이 없다. 무한대의 공간을 갖춘 백화점이 세워지는 것이다. 모든 업체에게 기회를 준다. 개인도 대기업과 같은 대접을 받는다. 명성보다는 아이디어가 빛을 보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기존 백화점도 점차 빛을 잃을 수 밖에 없다. 유통 관계자들은 『아직까지는 동영상 기술과 가상현실 기술이 부족해 홈쇼핑이 생각만큼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나 머지않아 TV 홈쇼핑과 인터넷쇼핑이 유통구조를 뒤흔들 것』이라고 예측한다. 국내에서도 여의도, 반포 등에서 주문형 비디오가 시범서비스에 들어갔다. 지난해 2월에는 원격재판 서비스도 선보였다. 물론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은 초보 수준이다. 관련 사업도 미미하다. 그러나 삼성전자에서 주문형 비디오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임무혁 부장은 『올해말에 서울·대구·대전·광주·부산 5개 도시를 6백22Mbps급 광케이블로 잇게 된다』며 『내년부터는 국내에서도 대화형 서비스가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전문가들은 대화형 서비스가 정착되려면 우선 초고속망이 구축돼야 하며 회선 사용료가 현재의 1/50 수준으로 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대화형 서비스를 막고 있는 관련 제도와 법규도 하루빨리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소프트웨어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때문에 미래에는 대화형 프로그램 개발 전문가들이 각광받는 직업으로 떠오를 것이란 예상이다.<김상연 기자> ◎대화형 기술 어떤게 있나/주문형비디오·화상회의서 원격진료·교육·가상현실까지/일상생활전반 다양한 서비스 미래 서비스의 주역으로 등장할 대화형 서비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본다. ◇주문형비디오(VOD): 가입자의 요청(On Demand)에 따라 비디오를 제공하는 영상서비스. 방송국에서 보내주는 영화,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을 시간에 관계없이 선택해서 시청할 수 있다. ◇홈쇼핑·홈뱅킹: 지금의 홈쇼핑은 안내인이 설명하는 제품을 보고 맘에 들면 선택하는 기초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대화형 기술이 발달하면 원하는 상품만 선택하여 볼 수 있으며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해 상품에 대한 완벽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대화형 뉴스: 지금은 특정한 시간에 방송국이나 신문, 잡지 등이 제공하는 뉴스만 볼 수 있다. 그러나 대화형 뉴스는 자기가 원하는 뉴스만을 골라 볼 수 있다. 단신으로 처리된 뉴스라도 사용자가 관심을 갖고 있다면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다.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된 각종 정보도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제공한다. 현재 PC통신이 초기 형태다. ◇화상회의(화상통신): 상대방의 얼굴을 보며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화상회의는 시간과 공간의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통신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 80년대까지는 영상처리기술이 부족해 다소 기대에 못미쳤으나 90년대 들어 기술이 발전하여 급속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용 화상회의 시스템과 PC화상회의 시스템으로 나뉜다. ◇원격의료: 의사를 만나기 위해 더이상 대기실에서 잡지책을 뒤적이며 기다릴 필요가 없다. 섬이나 산으로 둘러쌓인 마을에서 의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도 이제 옛말이다. 원격의료시스템을 이용하면 환자는 집에서 PC나 TV를 통해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맥박과 혈압을 재는 것도 마찬가지다. 수술조차 원격의료 시스템을 통해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원격교육: 대화형 서비스를 통해 가장 많은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 중 하나가 원격교육이다. 기존 교육에 비해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없으며 얼마든지 반복학습이 가능하다. 또 자신의 능력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원격교육의 장점이다.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세미나와 토론까지 열 수 있어 원격교육은 현재의 교육 시스템을 급격히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쌍방향서비스 해외사례/하버드대,2000개 기업DB구축/블룸버그방송은 증권자료 제공/광고·박물관전시에도 응용 국내에서는 아직 대화형 서비스라는 말이 낯설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이미 주문형 비디오등 대화형 서비스가 활발하게 제공되고 있다. 해외에서의 유명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하버드대학의 전자 도서관 미국의 하버드대학은 세계적으로 성공한 2천여개의 기업을 분석·평가한 뒤 이 자료를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해 전자도서관을 만들었다. 이 전자도서관은 각종 멀티미디어 정보를 필요할 때마다 쉽게 찾을 수 있을 뿐아니라 디지털방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자료를 추가하기 쉽다. 따라서 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 전자 도서관에는 삼성과 현대의 사례도 실려있다. ◇블룸버그 방송의 증권 방송 미국 뉴욕에 있는 블룸버그(Bloomberg) 방송은 증권·금융·비지니스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금융 전문 유선방송업체다. 이 회사의 고민은 시청자들이 과거의 역사적 사건에 따른 주가변동 정보를 원하는데 마땅한 데이터베이스가 없다는 것이었다. 방송사는 이에 대해 주문형 비디오 방송시스템을 도입키로 결정했다. 결과는 가입자들의 대만족. 특히 가입자들의 주식투자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는 반응이다. ◇일본담배회사 일본에서 담배 판매를 담당하는 이 회사(우리나라의 담배인삼공사와 비슷함)는 과거의 TV 및 신문, 잡지 광고를 모두 주문형 비디오로 만들었다. 또 광고전략, 홍보전략 등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했다. 이에 따라 광고와 홍보 실무자들은 필요한 자사 광고를 자신의 PC에서 언제든지 손쉽게 볼 수 있게 돼 광고전략을 쉽게 세우는 것은 물론 광고를 만드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캐나다 국립 비행 박물관 캐나다 터론토에 있는 국립 비행박물관은 신형 항공기등 전시물이 폭주하면서 전시공간이 부족해지자 오디오, 비디오, 서적 등 관련 자료를 전시관 안내시스템으로 구축했다. 전시관 안내 시스템이 구축되자 관람객들이 스스로 자료를 검색할 수 있게 됐으며 부족한 전시공간 문제도 해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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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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