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산업에서 한국의 디자인이 인정받고 있는 것은 조선시대에 완성된 한국의 미가 우리 감각 속에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크지않고 단아하고 자연스러운 모습, 다른 아시아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그것이 바로 한국적인 아름다움이죠." 서울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뉴욕대학에서 현대미술을 배운 최선호 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가 한국의 아름다움이 깃든 장소 30곳을 골라 직접 촬영하고 글을 쓴 '한국의 미(美)산책'(해냄)을 냈다. 그는 "한국에서는 우리의 고전을 바라보는 눈을 키웠다면 뉴욕에서는 이 시대(contemporary)에 잘 맞는 미술을 배웠다"며 "문화의 다양성이 넘치는 뉴욕에서 익힌 경험이 한국 문화를 보는 눈을 새롭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한국의 미는 번잡하지 않으면서 단아하고 크지 않지만 품격이 높은 아름다움 그리고 '보이지 않는 대충주의'라고 압축했다. 보이지 않는 대충주의란 완성미를 뛰어넘은 최고의 품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언뜻 어설퍼보이지만 완성미에 도달한 후에 넘치는 여유가 바로 보이지 않는 대충주의"라며 "대표적인 것이 조선의 달항아리로 어딘가 찌그러진 듯 하지만 인위적이지 않고 우아한 자태를 유지하는 세계적인 걸작"이라고 설명했다. 저자가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동서양 문화의 차이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는 "유럽문화의 웅장함은 무인의 칼끝에서 나온 것이고, 한국문화는 선비의 붓끝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그 차이를 인정한다면 서양의 화려함과 웅장함에 기죽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저자는 일반적인 명승지나 절경보다 조선시대 정치적인 배경이 숨쉬는 장소이면서 유적이 남아있는 곳으로 골랐다. 퇴계 이황의 학문이 어려있는 도산서원, 초의선사의 거처였던 일지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종묘 등 책을 따라가다 보면 옛 품격이 살아있는 우리 문화유산을 답사하는 듯 하다. 그는 "조선시대에 완성된 한국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문화유산이 일제시대와 급격한 경제발전을 거치면서 많이 파괴됐지만 이를 오늘날 디자인감각으로 복원할 수 있었던 힘이 바로 우리 가슴에 남아있는 전통"이라며 "문화는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자금성에는 화려함이 있고, 일본의 청수사에는 인공미가 넘친다면 창덕궁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따뜻함이 있다"며 자부심을 갖고 우리 문화를 바라볼 것을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