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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의 역설] <상> 정책의 실패, 책임은 시장

경쟁 제한해 시장 왜곡… 제조·이통사 희생양 삼기<br>"부담 증가" 소비자 원성에 미래부·방통위 수장마저 휴대폰 출고가 인하 압박<br>신규가입·단말기 판매 급감<br>이동 대리점 잇단 폐업 등 예견된 정책실패 책임 외면

/=연합뉴스


"단통법 정책 수립에 실패한 정부와 국회가 그 책임을 시장에 떠 넘기고 있습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핫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한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이 시행된 지 2주일 가량 되면서 정부와 국회가 잘못을 시장에게 넘기고 있다"며 "근거 없는 자료를 통해 제조사 등을 압박하는 사례가 만연하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단통법 시행 이후 보조금 차별은 사라졌다. 긍정 효과도 있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휴대폰 가격부담이 높아지면서 이에 따른 원성이 커지자 시장으로 책임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정부가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위해 단통법을 도입했지만 결국 우려했던 것처럼 소비자들의 가격부담은 커지고 시장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며 "심지어 정책적 실패를 시장에 떠넘기는 방식으로 안일하게 대처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긍정 효과는 아예 고려치 않고 소비자들의 원성을 시장에 떠 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 외면한 단통법 악영향 예견돼 = 단통법이 시행된 후 이동통신 시장의 신규 가입률이 58% 감소하고, 제조사는 단말기 판매가 60% 급감했다. 심지어 대리점들까지 잇따라 폐업하며 예견됐던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정책실패를 인정하기 보다 제조사와 이통사를 희생양 삼아 책임을 떠넘기려고 한다. 처음에는 제조사를 후에는 통신사를 비판하더니 이제는 단말기 출고가가 높다는 이유로 제조사를 재차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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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단말기 출고가는 각국의 법률적 한계와 통신사 보조금 책정 등으로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미래부와 방통위, 국회는 오락가락 비판을 남발하며 '남의 탓'에만 열중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이렇다 보니 시행된 지 2주 만에 국회는 물론 정부 조차 단통법 개정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야당은 보조금에서 통신사와 제조사 몫을 별도로 표시하는 '분리공시제'를 재추진해 한다고 하고, 여당인 새누리당도 단말기 가격을 낮출 방안을 보완해 개정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조사 한 관계자는 "단통법이 결국 우려했던 것처럼 소비자에게 이익을 제공하는 규제가 아니라 오히려 선택권을 제한하는 시장 왜곡을 야기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정책실패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회도 책임에서 비껴갈 수 없을 것이다. 사실 국회야 말로 단통법을 통과시켰지 때문에 부작용의 1등 공신임은 부인할 수 없다.

◇법만 바꾸면 가격 인하, 잘못된 사고 방식 = 문제는 현재 정부와 정치권의 인식이 단통법을 바꿔 제조사를 압박하려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부와 방통위 수장이 휴대폰 출고가가 높다며 '단통법 개정 의사'를 피력하고 있고, 여기에 국회 의원들 조차 앞다퉈 나서고 있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휴대폰 출고가 인하는 시장 자율 경쟁으로 결정되는 것. 정부가 개입을 해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이 점 역시 양 정부 수장이 잘 알고 있다. 분리공시 역시 휴대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아니라는 게 제조사측 입장이다.

업체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체 보조금 규모가 중요하지, 이통사 얼마 제조사 얼마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분리공시의 경우 단말기 경쟁사에 영업비밀을 공개하는 것은 물론 해외 이통사들이 똑같은 수준의 보조금 지급을 요구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저하와 마케팅 비용 증가로 실적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제조사 입장이다.

특히 휴대폰 출고가에 대해 단말기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비중이 높아 전체적으로 가격 부담이 높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며 "해외시장의 판매 비중이 80%가 넘는데 국내에서 비싸게 팔아봐야 부정적 여론에 뭇매를 막을 뿐 실익이 없는데 억울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통사들이 요금제 인하를 촉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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