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김인영 특파원】 『오는 17일 그린스펀의 움직임을 주시하라』지난 주초까지 엔화 강세 쪽으로 움직이던 엔-달러 환율의 시계추가 달러 강세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9일 뉴욕 외환시장에선 1달러당 119.10엔에서 121.70엔으로 하루만에 엔화는 2.7%나 떨어졌고, 다음날 도쿄 시장에선 122엔대를 넘어섰다. 달러가 이처럼 강한 힘을 얻은 것은 두달만의 일이다.
외환 딜러들이 다시 달러 강세에 무게를 두고 있는 직접적 이유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아사회(FRB) 의장의 지난 5일 발언 때문이다. 그날 그린스펀은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고, 세계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가시고 있다며 긍정론을 폈다. FRB가 또 금리를 내릴 것으로 믿고 엔화를 사두었던 딜러들은 이날 이후부터 슬그머니 달러를 사기 시작했다.
게다가 러시아에서 거액이 물린 헤지 펀드들이 엔화 채무를 거의 상환했기 때문에 더이상의 달러투매가 없을 것이라는 소문도 외환 딜러들의 조바심을 부추겼다.
문제는 17일이다. 그린스펀의 발언 이전에 딜러들은 금리 추가인하 확율을 90%로 보고 투자를 했다. 미국 금리가 낮아지면 달러에 대한 구매력이 약해지므로 엔화가 강해진다. 아직도 월가에선 오는 17일 금리인하 가능성을 점치는 전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다만 확율이 90%에서 70~60%로 떨어졌을 뿐이다. 그러나 90%의 확율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투자자들은 FRB가 금리인하를 하지않을 경우에 대비, 엔화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있는 것이다.
달러 강세로 역전시킨 또다른 힘은 브라질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이 곧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시아 위기는 엔화 약세에, 중남미 위기는 달러 약세에 각각 힘을 실어주었다. 중남미 안정은 미국 영향권의 안정을 의미하고, 엔-달러의 시소 게임에 달러에 무게를 싣는 요소가 된다.
그러나 외환 전문가들은 작금의 변화가 「강한 달러」의 부활을 예고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의 경기침체 기미가 완연하고, 브라질 헤알화 절하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동아시아 경제가 완만하나마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고, 일본의 금융구조조정도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월가의 분석가들은 FRB가 오는 17일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경우 12월말에는 인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중 1달러당 125엔이 위협받을 수도 있지만, 122~123엔 선에 머물며 조심스럽게 그린스펀의 움직임을 주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