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1패의 상태에서 60일 이상의 휴면 기간이 있었다. 제3국이 두어진 것은 3월. 무대는 서울에서 베이징으로 바뀌었다. 시설 좋기로 소문난 쿤룬호텔. 쿤룬은 곤륜산의 곤륜을 본토음으로 읽은 것이다. 제2국을 최철한이 너무도 참담하게 패하여 ‘이번 시리즈는 아무래도 좀 불길하다’고 말하는 기자들이 몇 명 있었다. 필자도 그런 부류의 하나였다. 그런데 60일 사이에 그런 우려가 말갛게 씻어졌다. 국수전 도전기(최철한으로서는 방어기)에서 최철한이 도전자 이창호를 3대0으로 물리쳐 절호조의 컨디션임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만하면 제2국패배로 입었던 심리적 내상은 완치되었다고 보아도 좋지 않겠는가. 게다가 최철한이 흑번이다. 아무리 덤이 크다고는 하지만 제1, 제2국에서 흑번필승이 나타났다. 흑7로 슬라이딩부터 하자 사이버오로 해설실의 송태곤이 고개를 갸웃. “실리에 민감한 수인데 그리 대국적인 착상은 아닙니다.” 가로 크게 벌리는 것이 보통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아직 선악을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서반이니까. 백12는 참고도의 백4까지를 주문하는 수. 창하오가 즐기는 취향이다. “주문대로 두어 주지는 않을 겁니다.” 송태곤의 이 예상처럼 최철한은 나에 받아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