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자긍심에 힘든줄 몰랐어요"

'월드컵 성공 숨은주역 3인' 인터뷰'우리는 꿈을 보았다'월드컵이 치러진 지난 한달 동안 온 국민은 모두 축구로 하나돼 똘똘 뭉쳤고, 사상도 지역감정도 우리를 갈라놓지 못했다. 지구촌의 식구들은 '월드컵 4강'이라는 태극 전사들의 성과에 모두 놀랐고,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에 모두 찬사와 경탄을 보냈다. 월드컵 4강의 주인공인 우리 국민과 태극전사들의 뒤에서 묵묵히 월드컵을 지원한 '월드컵 숨은 공로자 3인'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 붉은악마 재정팀 차장 대학생 김소영씨 "한달간의 멋진 축제였습니다. 그 동안 힘든 일도 많았지만 우리는 축구를 좋아하는 '서포터스'이고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했기에 지금 우리가 느끼는 것은 '보람'이 아닌 '즐거움'입니다." 붉은 악마로서 대구에서 열린 한국팀의 마지막 경기인 터키와의 월드컵 3ㆍ4위전을 치르고 갓 상경한 김소영(23ㆍ대학생)씨는 응원하느라 쉰 목소리로 월드컵이 끝난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붉은 악마 집행위 재정팀 차장을 맡고 있는 그는 자신의 일에 대해 "뒷처리를 하는 거죠. 회원들이 행사를 준비하며 쓴 영수증을 챙기고, 그런데 막상 제 개인 재정은 경기 티켓 구입하느라 적자로 가득 찼네요"라며 "그래도 아까운 생각은 하나도 없다"고 즐거워했다. 이번 월드컵 기간 중 모든 한국 경기를 관람했다는 소영씨는 지난 3월부터 붉은 악마 집행부원이 됐다. 축구가 좋아 무작정 붉은 악마에 가입했지만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것을 살려 재정팀을 맡게 됐다. "지난 98 프랑스월드컵 지역예선 한ㆍ일전에서의 멋진 역전극을 보고 온몸에 전율을 느껴 축구에 푹 빠지게 됐지요." 소영씨는 다른 친구들이 연예인을 좋아할 때 유상철 선수를 좋아했고 2001년부터는 유상철 팬클럽(유비)의 회장이 되어 축구 서포터스로서 길을 가게 됐다고 한다. "축구는 이제 제 일상입니다." 남자친구가 '축구와 자신 중에 선택하라'고 한다면 과감히 '축구'라고 말할 자신이 있다는 소영씨는 "사실 붉은 악마 회원들 중에는 이미 이성친구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사람이 많다"며 "축구를 좋아하는 이성 친구를 사귀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축구에 대한 끝없는 애정을 표현했다. 사실 그전까지 붉은 악마의 활동은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힘들었어요. 사람들에게 경기장에서 붉은 옷을 입자고 하면 왜 입어야 하는지 반문할 때는 답답하기도 했죠"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 모든 국민들이 붉은 악마였고 붉은 옷을 입었다는 사실에 대해서 "부산경기장에 처음 들어 섰을 때 관람석이 온통 붉은 색이었을 때 눈물이 흘렀어요. 그 느낌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당시의 감격을 회상했다. "인터뷰라면 붉은 옷을 입었어야 했는데 대구에서 너무 격렬하게 응원하느라 옷이 다 땀에 젖어서요."라며 붉은 악마의 상징인 붉은 옷이 사진으로 신문에 나가지 못하는 것에 대해 못내 아쉬워 했다. 마지막 한마디를 부탁하자 그는 부모님의 배려와 국민의 성원에 대한 감사의 말을 이어갔다. "먼저 아버지께 감사 드려요 월드컵 기간에는 10시30분이던 통금을 특별히 해제해 주셨거든요"라며 웃었다. 그리고 온 국민 여러분께 감사 드린다며, "한국 축구를 사랑하는 한, 한국인인 여러분은 붉은 악마이십니다."면서 "이제는 K-리그까지 열기를 이어가 한국축구를 끝까지 사랑해 주세요"라는 마지막 당부, 축구 사랑을 잊지 않았다. /민동기기자 ◈ 코리안 서포터즈 이끈 조영택 행자부 차관보 "우리 팀을 열렬히 응원해준 한국 국민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한국이 16강에 오를 수 있도록 미국전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지난 6월14일 월드컵 예전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폴란드 감독이 한 말이다. 누가 이토록 그들을 감동시켰을까. 물론 대한민국 국민 모두이겠지만 그 가운데 '코리안 서포터즈'의 활약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코리안 서포터즈'는 이처럼 한국에서 경기를 치렀던 모든 팀들에게 '열렬한 응원'이라는 감동을 선사해 대한민국이란 이름을 세계에 각인 시켰다. 코리안 서포터즈를 기획해 조직적으로 일궈낸 인물이 바로 조영택 행정자치부 차관보(51)이다. 월드컵정부지원단 실무위원이기도 한 조 차관보는 지난 2월 처음으로 '코리안 서포터즈'를 기획했다. 당시엔 국민들의 호응이 있을까 반신반의 했지만 3월 서포터즈 참가자를 모집하자 예상 외의 호응에 큰 힘을 얻었다. 우리나라에서 예선전을 치르는 15개 참가국을 중심으로 1개팀에 1,000명씩 도시별로 45개팀 4만5,000명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 참가자는 6만명을 훌쩍 뛰어 넘었다. 조 차관보는 "손님은 잘 대접해야 한다는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과 축구를 사랑하는 우리국민의 성숙된 자세로 서포터즈 모집 때부터 순조로웠다"며 "대학교수에서 학생, 자영업자 등 남녀노소 모두가 참여하는 응원단을 꾸리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적극 지원에 나섰다. 15억원의 예산을 책정해 각 팀에 응원복과 응원도구 등을 구비해 주었고 교육에도 나섰다. 그러나 조 차관보는 서포터즈 참가자들의 자발적인 힘이 아니었다면 결코 성공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자영업을 하는 서포터즈들은 자신의 사무실을 연락거점으로 기꺼이 내놓았고 자신들이 경기 표를 구매해 경기장을 찾는 성의를 보였다. 몇몇 서포터즈들은 자신의 집에 응원하는 나라의 관광객을 민박하는 열의도 보였다. 조 차관보는 "코리안 서포터즈를 기획한 사람으로서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에게 감동을 주고 '대한민국'을 각인 시켜 주었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라며 "오는 9월 개막하는 부산아시안게임 때도 서포터즈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젠 포스트월드컵 입니다." 조 차관보는 월드컵경기장 사후 활용과 월드컵으로 '지방의 세계화'를 어떻게 추진할지 다시 고민하고 있다. /최석영기자 ◈ 시청앞 응원 기획·실무 우태혁 SK텔레콤 대리 "기업의 홍보를 넘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공간을 만들고 한국의 인상을 세계 속에 강하게 심어주었다는데 큰 보람을 느낍니다" 길거리응원의 메카, 시청 앞 광장에서 지난달 29일 한국전의 마지막 행사를 치룬 SK텔레콤 프로모션팀의 우태혁(32)대리는 지난 6월을 '바빴지만 꿈같았던 한달'이라고 회상한다. 연 인원 2,200만여명이라는 전대미문의 인파를 동원한 길거리 응원, 그리고 서울시청 광장은 그 열광의 도가니의 한 가운데서 온 국민의 열정과 함성을 세계 곳곳에 전파했다. 이 같은 시청 앞의 붉은 물결이 성공한 뒤편에는 행사를 기획하고 실무를 이끌며 누구보다 뜨거운 6월의 거리를 내달린 우 대리 같은 행사기획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대형 전광판을 통해 경기를 볼 때 자신은 행사진행을 위해 작은 모니터로 한국전을 볼 수 밖에 없었다는 우 대리는 "미국전 때 폭우 속에서도 앞 사람이 안보일까 봐 우산까지 접는 응원열기와 시민의식을 볼 때는 정말 가슴이 찡했고 외국 취재진들도 혀를 내둘렀다"며 "특히 자리를 뜨면서 쓰레기를 손수 치우고 가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거대한 '붉은 물결'을 위해 SK텔레콤측은 지난해 10월부터 붉은 악마와 손잡고 '박수 교육'까지 시켜가며 전국민 응원 열기를 북돋웠다. 시청 앞 행사를 한번 치루는 데만 1,000여명의 행사인원이 투입되는 등 비용도 한번에 8억원이 소요된 실로 엄청난 이벤트였다. 실제로 많은 시민들은 이번 길거리 응원은 붉은 악마와 기업을 넘어서는 '전국민의 이벤트'였고 '세계인의 축제'였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 대리는 "길거리응원은 단순히 기업의 홍보효과를 떠나 미래의 주인인 젊은이들이 공동체 문화의 소중함과 거대한 힘을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됐다"며 "특히 '신기한 한국의 열정'이 세계속에서는 결국 'KOREA'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높여주는 계기가 됐다"고 자신했다. /한영일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