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통신업계] 반도체 빅딜이후 '술렁'

현대와 LG의 반도체빅딜 협상 타결로 통신시장 구도 변화가 예상되면서 통신업체들이 술렁대고 있다. 경영권 독점을 견제하기 위해 대기업들이 사이좋게 주식을 나눠갖던 상황이 깨지게 되자 통신업체들이 나름대로 변화 방향을 점치고 영향을 분석하느라 골몰하고 있다.○…대기업들 사이에 지분이 골고루 분산돼 일종의 「황금분할」체제였던 데이콤은 현대-LG간 반도체빅딜 협상 타결로 「직격탄」을 맞은 분위기. 외자유치 등으로 현 경영체제를 고수하려던 임원들도 「LG=데이콤주인」이 기정사실화되자 『흐름을 억지로 막을 수 있겠나.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 다만 노조는 『대기업 빅딜에 데이콤을 희생양으로 삼지 말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과거보다 「톤」이 한층 누그러진 모습이다. ○…LG는 현대가 보유한 데이콤 지분을 인수하게 된데 대해 만족해 하면서도 이른바 「5% 각서」문제를 얼마나 매끄럽게 처리하느냐 하는 해법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LG는 이번주중 LG텔레콤이나 구조조정본부 차원에서 정보통신부에 사업허가조건 변경 신청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가 예상과 달리 하나로통신·온세통신의 지분을 넘기지 않기로 하자 일각에선 「LG가 종합통신그룹으로 도약하는데 제동이 걸렸다」고 보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 LG측 관계자는 『하나로통신이 없다고 종합통신회사가 못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앞으로 시장상황에 따라 하나로통신을 인수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말해 묘한 뉘앙스를 풍겼다. ○…하나로통신은 빅딜이 타결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데이콤에 대해 「독립선언」을 외쳐 주위의 시선을 모았다. 하나로통신측은 『데이콤의 「운명」과는 무관하게 앞으로 「脫데이콤」 입장을 취하겠다』고 말하며 최대주주인 데이콤의 간섭을 배제하기 위해 다음달초 임시주총을 열어 정관을 개정할 방침이다. 하나로통신이 독립을 선언한 속내는 데이콤이 LG로 넘어갈 경우 자신의 운명도 마찬가지라는 위기감이 깔려 있기 때문일 것으로 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온세통신의 모든 경영진은 자사의 경영권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온세는 그동안 반도체 빅딜 진행과정에서 현대가 통신 관련 유가증권을 넘긴다는 시나리오를 접할 때마다 『경영기반이 잡히기도 전에 너무 흔든다』는 반응을 보였다. 온세는 현대의 유가증권 양도에 자사 지분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발표를 듣고 일단 안심하면서도, 경영권 문제가 언제 다시 불거져나올지 몰라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 ○…삼성은 현대의 데이콤지분이 LG로 넘어가는 것을 일단 대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 한 임원은 『어차피 정치적으로 결정된 일을 우리가 반대해서 되돌려지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데이콤이 LG로 완전히 넘어갈 경우 앞으로 통신서비스분야에서 삼성은 영원히 LG에 뒤질 수 밖에 없다고 보고 다각적인 대책을 수립중이다. 삼성의 대책중에는 데이콤의 경영권을 LG가 좌지우지하지 못하도록 지분대결을 불사한다는 전략도 있다. 삼성은 최근 데이콤 지분 1.2%를 추가 매입, 총 17.25%로 늘리면서 지표상으로는 최대주주로 떠올랐다. ○…정보통신부는 현대가 데이콤 지분을 LG에 넘기기 위해서는 「5% 각서」를 해제하는 행정절차가 따라야 한다는 사실에 부담스러워하는 표정이다. 정통부는 그동안 「각서」문제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을 극히 자제했지만 LG측이 「정부에 각서 해제문제를 검토해주도록 요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본격적인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정통부는 외국인에게 49%까지 지분참여를 허용하는 등 환경이 급변한 마당에 각서가 「역차별」이라는 비판도 있던 터라 지분제한 철폐 문제를 어떤 식으로라도 해결해야 할 처지. 다만 「특혜」시비 등을 염려, 南宮장관은 간부들에게 『정통부가 앞서 나서지 말고,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문제를 해결하라』고 강조했다. /류찬희 기자 CHANI@ /백재현 기자 JHYU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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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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