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현대그룹:4/이집트 기자 승용차 공장(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튼튼한 한국차” 아주 개척 고속질주/핵심 기술·부품 국내서 공급→현지조립→엑셀 돌풍/근로자 생산성제고위해 한국연수·성과급제 실시도/내년부터 쏘나타 등 출시… 2000년 5만대 생산 계획이집트수도 카이로시 서남쪽에 위치한 기자시에서 자동차로 30여분정도 가면 현대자동차 현지조립공장이 있는 아보르와시 산업공단이 나온다. 공단으로 향하는 4차선 도로주변에는 사막이 끝없이 펼쳐져 있으며 유명한 스핑크스와 기자의 3대 피라미드가 희미하게 눈에 들어온다. 난폭운전으로 악명높은 카이로 운전자들이 10년이상된 낡은 차를 1백20㎞이상 속력으로 몰아 마치 독일의 「아우토반」을 연상케 했으며 앞서 가는 차가 속력을 조금만 늦춰도 요란하게 경적을 울려댄다. 공단에 접어들면 미라코 등 외국회사이름이 붙은 공장이 곳곳에 눈에 띄며 왼쪽으로 대규모 공장이 죽 들어서 있다. 경기가 부진한 탓에 공단에는 아직도 빈땅이 많고 일감이 없어 문을 닫은 공장도 상당수 있다. 공단내 도로는 인적이 드물어 다소 썰렁한 느낌마저 주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승용차조립공장인 프리마 엔지니어링사(FRIMA ENGINEERING INDURSTRIES)는 이같은 공단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르다. 조립라인에는 한국에서 실어온 부품들이 쉴새없이 콘베이어를 타고 흐르고 있고 현지 근로자들의 표정도 활기에 차있다. 이 공장은 엄밀히 말하면 현대공장이 아니지만 사실상 현대공장이나 마찬가지. 공장소유나 운영은 프리마가 맡고있으나 핵심부품과 기술은 현대로부터 공급받아 「현대 엑셀」브랜드로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용차만을 소량생산, 자동차회사라고 할수없던 프리마사는 지난 93년 현대와 기술도입계약을 체결, 1천5백만달러를 투자해 조립공장을 건설한후 95년 1월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그리고 2년후 이 회사는 이집트에서 두번째로 큰 자동차공장으로 부상했다. 3만평 부지에 연건평 1만평 규모인 이공장의 생산능력은 연산 2만대규모. 첫해인 95년 7천57대를 시작으로 96년 1만2천대, 올해는 1만5천여대까지 늘려 잡고 있다. 현재 엑셀 1천3백㏄와 1천5백㏄만을 생산하고 있는데 98년부터 엑센트·쏘나타·엘란트라 등을 추가로 생산, 차종다양화와 함께 2000년에는 5만대까지 생산대수를 늘릴 계획이다. 이집트에서 엑셀 1천5백㏄는 지난해 베스트셀러카로 뽑힐 만큼 인기가 대단하다. 풀옵션이 5만 이집트파운드(한화 1천2백만원)로 우리나라에 비해 비싸지만 다른 외제차에 비해서는 저렴한 편이다. 최근 경제성장에 따라 아프리카 경제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고 있는 이집트는 연간 자동차수요가 승용차 5만2천여대, 상용차 2만9천대등 8만1천대에 이르고 있으며 매년 10∼20%씩 늘어나고 있다. 이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모두 1천3백50명. 한국인은 한사람도 없으며 모두 이집트인이다. 초기에는 현대에서 기술자문관이 몇 명 파견됐으나 지난해 모두 철수했다. 이가운데 현대의 승용차를 만드는 인력이 5백50여명 가량이고 나머지 8백명은 상용차생산에 매달리고 있다. 아와드 이브라힘 공장장은 『시간당 4대씩 승용차를 생산하고 있으며 경쟁사인 독일의 오펠사는 우리의 절반수준도 못미치고 있다』고 높은 생산성을 자랑했다. 이공장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노동력. 기술자들의 평균 임금은 5백∼6백 이집트파운드로 한화 10만원 수준이다. 인건비가 저렴해서 대부분 공정이 아직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으나 기술수준은 이집트국내에서 최고라는게 프리마측의 설명이다. 현대자동차는 이공장의 기술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매년 현지기술자 10∼20명을 선발, 한국으로 불러 들여 교육프로그램에 참가시키고 있다. 또 2개월단위로 도장공정이나 차제공정 등에 기술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최종마무리공정에서 일하고 있는 기능공 사브리(34)씨는 『현대차는 이집트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차』라며 『결근률은 불과 5%에 그치고 있는 반면 이직률도 10%이하로 이일대 공장중에서 가장 낮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는 매달 받는 월급외에도 3개월마다 50%씩 보너스를 받고 있어 사실상 14개월치의 임금을 받는 셈이라고 즐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또 목표초과시마다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어 실적이 좋은 사람은 매달 3백달러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 회사직원중에 이집트 일류대출신이 많다는 점도 자랑거리로 손꼽히고 있다. 전체직원중 엔지니어가 57명이고 이가운데 대졸출신이 33명이다. 특히 상당수는 카이로, 알렉산드리아, 아인샴 등 이집트 5대명문출신이라고 한다. 게다가 의료시설이 최고이며 복지수준도 다른 회사에 비해 월등하다. 특히 대중교통시설이 불편한 이집트에서는 통근버스를 운행한다는 점도 매력으로 볼수 있다. 프리마사는 현대자동차의 중동, 아프리카시장 개척에 첨병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앞으로 프리마사와 같은 CKD(Completely Knocked­Down) 방식이나 직접투자를 통한 글로벌 생산시스템구축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인터뷰/이브라힘 FRIMA 공장장/“옵션 다양·색상 산뜻 젊은층서 인기… 판매 연 20%선 성장” 『현대자동차가 기술력이나 가격에서 경쟁사들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에 사업파트너로 삼은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프리마 엔지니어링사의 아와드 이브라힘 공장장은 현대차를 도입차종으로 선정하게 된 이유를 이같이 설명하며 『현대차가 이집트에서 가장 인기있는 차종』이라고 자랑했다. ­현대차에 대한 이집트 국민들의 반응은. ▲현대차는 품질도 좋고 옵션이 다양해 인기가 높다. 또 산뜻한 칼라에 엔진소음이 거의 없어 젊은층이 선호하고 있다. ­이회사의 장점을 손꼽는다면. ▲명문대출신 엔지니어가 어느회사보다 많고 기능공들도 기술력이 뛰어나다.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좋은 품질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어 어떤 차와의 경쟁에서도 이길수 있다. ­앞으로 계획은. ▲현재 엑셀 1천3백㏄와 1천5백㏄ 등 2종만을 생산하고 있다. 액센트, 쏘나타, 엘란트라 등도 생산하기 위해 현대자동차와 협상중이다. ­이집트 자동차시장의 전망은.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있어 자동차수요도 급속히 증대하고 있다. 현재 시장규모는 연간 8만대 정도인데 매년 10∼20%씩 신장하고 있어 조만간 1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중산층들도 차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새차에 대한 욕망이 매우 높다. ­경쟁사들로는 어떤 회사가 있는가. ▲이집트국내에서는 이태리의 피아트사와 손잡은 나스코 피아트가 가장 큰 회사다. 포드와 GM, 푸조, 시트로앵, 미쓰비시 등도 경쟁상대다. ◎배정웅 카이로 무공관장의 「이집트 투자」 전망/임금 싸고 외국사에 세금 등 혜택… 적극 진출 서둘러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배정웅 카이로무역관장은 『이집트시장은 아직 미개척시장이기 때문에 선진국들이 시장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기전에 우리가 먼저 선점해서 경험을 쌓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상품에 대한 이집트국민의 반응은.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특히 한국물건은 우수한 상품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집트의 장점은. ▲값싼 노동력이 풍부하다는 점이 매력이다. 또 외국투자기업들에 파격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 게다가 이집트에서 생산한 제품은 미국이나 유럽 등에 수출할 경우 쿼터제한이 없고 일반특혜관세(GSP)혜택을 받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중 보기드문 6천만명의 인구를 가진 대형시장인데다 중동과 북부아프리카시장으로 통하는 관문이다. 애프터서비스센타나 인근국가들에 대한 공산품 보급기지로 최적격이다. ­문제점은 없는가. ▲전화가동대수가 2백50만대에 불과할 만큼 통신이 열악하고 발전시설도 부족해서 만성적인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또 법의 투명성이 보장돼 있지 않으며 영국의 영향으로 노조 입김이 세다. ­한국와 이집트간의 교역현황은. ▲연간 교역규모는 6억달러정도를 기록하고 있으며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집트는 계속적인 투자사절단 방한 및 설명회 등 적극적인 투자유치 노력을 벌이고 있으나 우리의 투자실적이 부진해 불만을 품고 있다. ­이집트 시장의 특성은. ▲시장구조상 공공부문이 약 70%, 민간이 30%를 점하고 있어 정부의 시장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수입상, 도매상, 소매상은 수직적으로 결합돼 있는 경우가 보편적이며 소매상은 규모가 매우 영세한 편이다. ­진출 희망기업들이 유의해야할 점은. ▲이집트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편이며 거래에 대한 의사결정이 상당히 더디다. 또 계약을 체결하고도 신용장을 개설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수입상의 의사와 관계없이 은행의 외환배정이 늦어져 계약체결후 신용장 개설까지 3∼4개월이 소요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기자(이집트)=연성주>

관련기사



연성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