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에 완만하지만 주목할 만한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5.31 지방선거 패배후 구성된 여당의 비상 지도부 출범이 변곡점이며, 그 달라진 모습은 29일 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만찬에서 보이는 '언행'을 통해 짐작할 수있다.
이날 만찬에서는 과거 여당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주도적으로 말을 쏟아내고, 자신의 입장을 설득하려는 패턴을 탈피해 주로 차분하게 경청하는 모습이었고, 나아가당의 입장을 대체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진단과 처방에 대해서도 "큰 틀에서받아들인다" "앞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며 사실상 청와대 책임론을 겸허히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그동안 당면한 선거나 정권재창출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당의 처지와 10,20년의 미래 국정을 내다봐야 하는 대통령 입장의 '구조적 차이'를 자주 거론했던어법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청 공동운명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헌법만큼 바꾸기 힘든 정책'이라고 표방했던 부동산 정책에서도 유연한 입장을보였다.
"교조적 논리로 부동산 정책을 흔드는 것은 위험하다"(6.13 수석보좌관회의), "지금 부동산 정책을 바꾸면 무슨 대안이 있겠느냐"(6.2 정책홍보토론회)는 원칙고수에 방점을 뒀던 기존의 태도와 달리 이날 만찬에서는 서민부담을 덜기 위한 재산세경감방안 강구를 지시했다.
그것도 당의 건의를 수용하는 형식을 취했다. '민심'과 '당론'을 수용하겠다는태도로 바뀐 것이 아니냐고 해석할 수도 있는 변화이다.
탈당 문제 등 당.청 관계에서 논란이 될 만한 소지가 있던 사안에 대한 '뇌관'을 스스로 제거한 것도 눈길을 끈다.
지난 3일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과의 청와대 회동에서 "당적을 유지할 것"이라고 탈당 불가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이날 여당 지도부 회동에서 "'절대' 탈당을 않겠다"며 보다 더욱 단호한 입장을 당 지도부에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지방선거 직후 "한두번 선거로 나라가 잘 되고 못되는 것이 아니다"는 발언 등으로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인식을 놓고 논란이 됐던 모습에 비춰보면 눈에 띄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