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의 사설] 우려되는 美 R&D투자 감소

연구개발(R&D)을 위한 미국 기업들의 사모방식 자금조달(private funding)이 전반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단기적으로 기업 투자자에게 유리할 수 있다.올들어 가시화되기 시작한 이 같은 사모방식 자금조달 감소는 정보기술(IT) 버블 붕괴에 따른 산물이다. 최근 대형 IT기업들은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이 투자를 억제하는 가운데 R&D 지출을 줄이고 있다. 특히 벤처 캐피탈 투자에 의한 새로운 연구 및 이의 활용 위축은 미국 경제 전반에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기업들의 R&D 투자 조정이 벤처 캐피탈 투자와 직접적인 관련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R&D로 흘러 들어오는 현금의 양(量)이 기술발전의 정도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과거의 예에서 보듯 인터넷 버블에 편승한 투자 확대는 종종 실망스러운 결과를 가져오곤 했다. 적어도 단기적으로 R&D 투자 감소를 동반한 기술 혁신의 속도 저하는 IT기업 투자자들에게 이득을 안겨줄 수 있다. 광(光) 커뮤니케이션과 같은 분야에서처럼 지나치게 앞서가는 기술 혁신은 그 것을 수용할 만한 시장의 능력을 초과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부터 인터넷 업체인 시스코 시스템스에 이르기까지 이미 상당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들에게는 R&D에 대한 지갑(지출) 통제로 당장 이득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이들은 그에 동반한 기술 혁신의 쇠퇴로 상당한 어려움을 당할 것이다. 비록 투자 지출의 감소가 어떤 의미에서는 적정한 것일 수도 있지만 기술 산업과 같은 분야에서는 전통적 기술 강국의 기반을 갉아 먹을 수도 있다. 이와 관련, 미국과 카나다에서 기술 연구의 중심축 역할을 해왔던 루슨트 산하 벨 연구소와 노텔 등은 통신장비 분야의 침체로 약 40% R&D 지출을 줄이기로 했다. 벤처 캐피털의 투자 감소는 시장에 새로운 기술을 제공하는 신생기업의 산실 '실리콘 밸리'를 위협하고 있다. 과거와 비교할 때 현재의 기업 및 벤처 캐피탈 투자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R&D에 대한 사모방식 자금조달과 기술 혁신 상태를 직접 연계 시키는 것은 잘못일 수 있다. 기술 발전은 기업, 벤처 캐피탈리스트, 과학연구기관, 그리고 정부 모두가 참여하는 복잡한 생태계에 의존한다. 그러나 IT 버블 붕괴 후의 기업 R&D 투자 감소는 최근의 기술 혁신이 더 이상 주어질 수 없다는 의미심장한 신호다. <파이낸셜타임스 10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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