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중구 충무로 1가 고려대연각타워 17층에 있는 법무법인 남산 사무실에 들어서면 갤러리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입구에서부터 벽면까지, 시선이 갈 만한 곳에는 모두 현대미술의 유망화가로 손꼽히는 안명진 화백의 그림이 걸려 있다. 검은 듯 붉은 석류 빛의 강한 색채로 그려진 그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각의 기쁨은 물론 마음의 평온함 마저 주는 듯 하다. 하민호(47) 대표 변호사는 “괜찮습니까. 고객들에게 편안한 느낌을 드리기 위해 최근 사무실 리모델링을 하면서 좀 바꿔봤습니다.” 하 대표의 예상은 적중한 것 같다. ◇20년 넘게 자문한 단골기업 수두룩= 고객을 배려하기 위한 이 같은 세심함 때문인지, 남산의 클라이언트(기업고객) 치고 10년 이상 단골이 아닌 곳이 없다. 처음에는 남산의 덩치에 반신반의하면서 일을 맡기지만, 한번 관계를 맺으면 어느 새 단골이 될 정도다. 대표적으로 SK네트웍스는 벌써 20년 이상 법률자문을 해 오고 있는 단골 중의 단골이다. 업계에서는 “남산이 SK네트웍스의 사내 법무팀이 아니냐”고 오해할 정도다. 하 대표는 고객에 대한 무한한 밀착서비스만이 법률시장 개방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오랫동안 같이 일하다 보니 고객의 눈빛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 지 알 수 있다. 이것이 남산이 지향하는 목표다”라고 하 대표는 강조했다. 남산은 ‘외부에 있는 기업 법무팀’, 즉 ‘LBO(Legal Business Outsourcing) 로펌’을 지향한다. 한 기업의 법무팀 역할을 남산이 해 내는 것이다. 대량 생산되는 기성품이 아닌 일일이 손으로 꿰매는 수제품과 같이 밀착해서 법률자문 제공하겠다는 게 남산의 차별화 전략인 셈이다. 남산은 이를 위해 변호사 1명이 3~4개 기업을 전담토록 하고 있다. 이들 변호사들은 전담 기업에 대해 전반적인 히스토리를 알고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즉각적으로 만족할 만한 자문을 할 수 있는, 다른 로펌들이 따라올 수 없는 차별화를 선보이고 있다. 현재 국내외 50개 기업을 단골로 자문하고 있다.. ◇“제너럴 하면서도 스페셜해야 살아 남는다”= 남산은 28년째 ‘남산’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다른 로펌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초창기 이름을 버리거나 조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남산은 28년째 그대로다. 그리고 남산은 ‘강소로펌’ 전략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수익성 없이 덩치만 키워서는 실익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오로지 일로만 승부하는 곳이 남산이다. 남산은 앞으로도 변호사수를 30명 이내로 유지하면서, 외형 경쟁보다는 질적 서비스 경쟁에 승부를 걸 방침이다. 하 대표는 로펌들의 외형경쟁을 ‘외발 자전거 타기’에 비유했다. 그는 “덩치를 급격히 키운 로펌들의 상당수는 수익성에 큰 문제를 안고 있다”며 “이들 로펌들은 시장이 개방되면 제풀에 쓰러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남산은 또 고위 판검사 출신인, 이른바 전관을 뽑지 않는다. 연수원을 갓 졸업한 신입변호사를 뽑아 도제식으로 교육을 시키기로 유명하다. “1대1로 도제식 교육이야 말로 법조인 양성의 이상적인 모델”이라는 게 하 대표의 신념이다. 그리고 남산은 연수원 성적이나 출신 대학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오로지 남산에 ‘적응할 수 있는 지’ 능력만 볼 뿐이다. 하 대표는 “사법고시에 합격할 정도면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봐야 한다. 나머지는 얼마나 성실하게 업무에 전념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귀띔했다. ◇골프 치는 변호사 한명도 없어= 남산의 독특한 점은 또 있다. 다른 로펌의 경우 능력 있는 변호사의 척도는 사건수임이지만, 남산은 오로지 일로만 평가한다. 예를 들어 타 로펌 변호사들은 주말이면 사건유치나 관계유지 등을 위해 ‘접대성 골프’를 나가지만, 남산에서는 그런 게 전혀 없다. 하 대표는 물론이고, 남산의 변호사들 가운데 골프를 칠 줄 아는 이는 전혀 없다. 골프 칠 시간에 차라리 사건검토를 더 해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내부의 공감대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세상물정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걱정(?)어린 눈길을 보내지만, 남산의 고집은 꺾인 적이 없다. “법률시장은 승패가 분명한 곳이다. 고객들은 최상의 성과를 내는 로펌을 찾을 수 밖에 없다.” 외부의 걱정에 대한 하 대표의 명쾌한 설명이다. 하 대표는 “남산의 변호사는 제너럴리스트이자 스페셜리스트가 되도록 요구 받는다”며 “자신이 담당한 기업의 모든 법적인 문제를 해결해주면서도 각 기업의 특징에 맡는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분위기 탓인지, 남산에서는 여러 가능성을 열거하는 의견서를 내는 것은 일종의 금기다. 최종 결론을 고객에게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은 로펌의 기본적인 책임이라는 인식은 남산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직원사랑이 곧 경쟁력= 남산에는 또 파트너 변호사라는 개념이 없다. 다른 로펌처럼 파트너 변호사들이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남산은 대표변호사부터 말단직원까지 봉급에 따라 수익배분 비율이 정해져 있다고 한다. 기업으로 치면 직급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불만이 있을 수 없다. 몇 년전에는 수익이 얼마 남지 않자, 대표 변호사들이 자신의 몫을 자진 반납해 직원들에게 보태주기도 했다. 남산의 직원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직원들의 사기진작과 팀 화합을 위해 매년 회사 경비로 전직원을 2~3개 팀으로 나눠 가족 동반 해외여행을 보내기도 한다. 남산의 경쟁력은 어떻게 보면 전 직원의 화합된 마음이 원동력이 된 게 아니냐는 생각이다. 하 대표는 어린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이웃집 처녀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절친한 친구 사이였던 두 집안의 어머니가 거의 반 강제적으로 두 사람을 맺어줬다. 양가 어머니들은 좋아라 했지만, 두 사람은 결혼 후 종교적 문제로 갈등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하 대표는 그 누구보다도 독실한 신자로 변했다. 부인이 포기하지 않고 신앙의 길로 인도한 데다, 아들의 병이 기적적으로 치유되는 경험을 하면서 기존의 종교적 선입관을 털고 독실한 신앙을 갖게 됐다. 이 일로 부부금슬도 좋아져, 주말이면 부인과 손을 꼭 잡고 한강을 산책하는 것이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가 됐다.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뭐냐”고 묻자 하 대표는 서슴없이 “가족”이라고 답했다. 이 대목에서 고객들의 사랑을 한 몸에, 그것도 오랫동안 받는 남산을 키워갈 수 있는 하 대표의 저력이 느껴졌다.
▦1962년 서울 출생 ▦1980년 서울 우신고 졸업 ▦1984년 서울대 법과대 졸업 ▦1983년 제25회 사법시험 합격 ▦1986년 사법연수원(15기), 남산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 ▦1991년 관악구 공유토지분할 위원 ▦1998년 한국복지재단 운영자문위원 ▦2003년~ 법무법인 남산 대표변호사 |
기업자문·금융·부동산 분야 '강점' 세금·노무등 기업 밀착서비스 제공 1980년 임동진 변호사가 설립한 법무법인 남산은 28년 역사를 자랑하는 '작지만 강한 로펌'이다. 대형화보다는 전문성을 추구하며 기업자문ㆍ금융ㆍ건설ㆍ부동산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분야에서 선례가 되는 판결을 다수 이끌어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기능별로 업무를 특화한 다른 로펌들과 달리 남산은 변호사 1명이 기업 3~4개를 전담하며, 세금ㆍ노무ㆍ송무 등 담당 기업의 모든 대ㆍ소사를 직접 챙기는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규모에 비해 서울보증보험ㆍ미래에셋생명ㆍSK네트웍스 등 대기업 고객이 많은 것도 남산 특유의 전략이 적중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평이다. 현재 12명의 국내 변호사와 2명의 국제변호사, 17명의 직원으로 구성돼 있다. 임 변호사는 지난해 일선에서 한 발 물러나 고문을 맡고 있으며 하민호ㆍ정미화 변호사가 공동대표로서 실질적인 경영을 담당한다. 공익활동에도 적극적이다. 한국복지재단ㆍ서울시립장애인복지관 등 5개의 사회복지기관을 후원하고 있다. 흡연피해자 손해배상청구소송, 공해소송 등 공익소송에도 참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