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통상정책 당당하게(사설)

우리정부도 칼을 뽑았다. 한국은 국내산 제품에 대해 반덤핑 규제조치를 취해온 미국과 캐나다를 오는 7월중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키로 결정했다. 지난 95년 WTO체제 출범후 줄곧 피소만 당해 온 우리나라로서는 이번이 첫 제소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제소 제1호 대상국인 미국은 지난 84년 4월부터 한국산 컬러TV에 대해 반덤핑규제를 해왔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86∼91년까지 6년동안 0.5% 미만의 미소덤핑마진 판정을 받아 규제명분이 사라졌다. 또 91년 이후에는 직접수출도 중단했지만 규제는 풀리지 않고 있다. 미국은 오히려 삼성의 멕시코 현지 공장제품이 우회덤핑에 해당된다며 한술 더 뜨고 있다.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현대전자 및 LG반도체의 D램에 대해 93년 5월부터 반덤핑 규제를 해왔다. 이들 제품 역시 3년 연속 마진이 매우 적은 것으로 판정 받아 지난해 5월 조치종료를 신청했다. 그러나 미국은 「재발 가능성」을 이유로 기각키로 예비판정, 오는 7월16일의 확정 판정을 앞두고 있다. 제소 제2호 대상국인 캐나다는 지난 86년부터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반덤핑조치를 취해왔다. 국내업계는 89년부터 이 제품의 수출을 중단한 상태나 캐나다는 계속 반덤핑조치를 연장하고 있다. 이번 정부의 제소 제1호 대상국인 미국은 우리의 최대 무역상대국이다. 캐나다도 주요한 국가다. 따라서 이들 나라와의 무역분쟁이 국내외에 미치는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정부가 WTO 제소가 가져올 파장을 무릅쓰고 결단을 내리게 된데는 통상정책의 일대 전환이라는 배경이 깔려 있다. 지금까지는 수세적인 자세로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으나 앞으로는 공격적인 자세로 나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WTO체제 출범 이후 2년간 미국·캐나다·EU(유럽연합) 등으로부터 7건의 제소를 당했고 11개국으로부터 54건의 반덤핑 규제를 받고 있다. 통상산업부는 이달초 각국의 불공정 무역장벽 사례 2백20건을 수집 검토, WTO 승소 가능성과 업계 등의 실익을 감안, 미국과 캐나다를 제소키로 한 것이다. WTO에 제소하면 피제소국은 10일이내에 양자협의를 수락할지 결정해야 한다. 또 60일 이내에 양자협의를 통해 당사국간 합의를 추진해야 한다. 합의가 안되면 제소국은 언제든지 WTO 분쟁해결기구에 패널을 설치, 시비를 가려주도록 요청할 수 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백번 잘 내렸다. 우리도 끌려 다닐 수만은 없다. 잘못된 관행은 고쳐나가야 한다. 눈치만 보고 있어서는 안된다. 앞으로도 불공정, 부당한 행위에 대해서는 당당한 자세로 적극 대처해야 한다. 이왕 칼을 뽑았으면 무언가 결과도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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