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해외리포트] 美 '독자주의냐' '다자주의냐' 뜨거운 논란

미국만의 '독자주의(Unilateralism)'냐, 우방과 함께 하는 '다자주의(Multilateralism)'냐.테러 공격을 받은지 6개월이 지난 지금, 미국내에서는 아무도 대적할수 없는 초강대국의 지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놓고, 정가ㆍ학계에서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 논란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으며, 한반도는 물론 중동문제 해결에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나홀로주의와 다자주의의 논란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취임 직후 제기됐으나, 올초 연두국정연설에서 이라크ㆍ이란ㆍ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후 본격화되고 있다. 부시 행정부 내에서는 딕 체니 부통령, 폴 월포비츠 국방부 부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대통령 안보담당보좌관등 강경 보수파들이 독자주의를 고집하고 있고,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다자주의 주창자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에서 독자주의가 확산되는 배경에는 ▦전쟁 승리에 대한 자신감에 차있고 ▦테러에 대한 미국인들의 증오심이 높은데다 ▦전쟁 수행과정에서 유럽 국가들이 미온적으로 협조한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뉴욕 타임스의 니콜라스 크리스토프, 월스트리트 저널의 로버트 폴락등 컬럼니스트들은 요즘 일제히 '악의 축'에 대한 공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지의 컬럼니스트 세바스티안 맬러비는 "미국은 어쩔 수 없이 제국주의가 될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제국주의는 힘에 의해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며, 유럽 제국의 종말이 가져온 공백을 메울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다자주의는 앨 고어 전 부통령을 비롯, 민주당과 공화당 온건파에서 제기되고 있다. 다음 대선에서 유력한 경쟁자로 지목되고 있는 고어 전 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에 관한한 부시 대통령을 전폭 지지하지만, 우방국가와의 협력을 전제로 해야 한다"며 나홀로주의를 경계했다.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미국 힘의 패러독스'에서 "미국은 로마제국 이후 군사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세계 우위를 차지했다"면서 "그러나 미국이 모든 국제문제를 해결할수 없기 때문에 각국과 협력해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독자주의는 유럽과 우방국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독일 외무장관은 "우리는 미국의 위성국가가 아니다"며 비난했고, 유럽국가들은 팔레스타인 전쟁 악화가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마가렛 대처 영국 전 수상도 미국 우월주의에 견제하는 논평을 내놓고 있다. 최근 부시 정부는 완강한 독자주의에서 한발 물러나 다자주의의 견해를 수용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에서 이스라엘군 철수를 요구한 사우디 아라비아의 제안을 부시 행정부가 전향적으로 검토한 것이 그 예다. 지난 1월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미국을 방문, 체니 부통령을 비롯, 보수파 지도부의 환영을 받았다. 그후 북한이 '악의 축'에 포함돼 김대중 대통령의 햇?정책이 구름에 가려질 위기에 처했으나, 한미 정상회담에서 많은 타협이 이뤄졌다. 테러 이후 초강대국 우월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미국의 세계 전략에 한반도가 중요한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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