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반도체빅딜] 'LG 얼마나 버틸까?'

정치권에서 여야(與野)간 논전으로까지 확산된 반도체 빅딜에 대한 LG그룹의 진정한 입장은 무엇일까.물론 실제로 바라는 바는 공식입장에서 밝힌 것처럼 반도체 통합법인의 경영주체로 LG가 선정되거나 현재처럼 각자 독자생존의 길을 걷는 것이다. 하지만 28일 채권단회의에서 금융제재 방침마저 확정된 상황에서 LG가 원하는 방향은 다소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LG가 금융제재를 감수하면서까지 정면대응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지만 대한민국 상황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LG의 아서 디 리틀(ADL)사 제소는 시간벌기 작전이라는 해석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채권단이 금융제재를 가한다고 하지만 당장 모든 금융권 여신을 회수하는 것은 아닌 만큼 기존 여신의 만기도래때까지 시간은 남아있다. 이때까지 ADL 평가의 부당성을 집중 공략하면서 현대 및 정부와 막후 타협을 시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LG가 금융제재를 받을 경우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는 점. 시간을 얼마나 벌 수 있느냐에 따라 LG가 마련할 수 있는 카드의 범위 및 종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금융제재 강도가 변수=채권단이 어느 정도의 금융제재를 단행하느냐에 따라 LG가 벌 수 있는 시간이 결정된다. 업계 및 금융계에서는 채권단이 만기가 닥칠때마다 해당 여신을 회수하는 정도에서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기도 닥치지 않은 여신까지 회수하겠다고 나설 경우에는 정부 및 채권단도 반도체 빅딜을 강압적으로 이끌어낸다는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 하지만 만기가 닥친 여신만 회수한다고 하더라도 LG반도체는 당장 2~3개월이내에 금융제재의 타격을 입기 시작하게 된다. 현재 LG반도체의 총여신 규모는 10월말 현재 7조5,749억원. 이 가운데 단기성 자금의 비중이 큰 2금융권 여신이 지급보증 등을 포함, 3조5,014억원으로 총 차입금의 46.22%에 달한다. 그만큼 단기성 자금이 많다는 얘기다. LG 자금팀 관계자는 『장기차입금은 당장 문제가 안될지 몰라도 단기차입금을 회수하는 순간부터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LG반도체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2~3개월이라는 얘기다. 이 기간중에 막후 타협을 이뤄내든지, 아니면 반도체 빅딜에 원칙만이라도 합의하는 결단을 해야 할 상황이다. 문제는 금융권이 제재 강도를 더할 경우. 만기도래 대출금을 한꺼번에 회수하거나 제재범위를 그룹차원으로 확대하면 LG는 하루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제재조치가 LG반도체에 한정된다면 어느정도 버틸 수 있으나 그룹차원으로 확산되면 LG는 누란(累卵)의 위기에 처하게 될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LG의 실탄은 얼마나 있나=LG반도체는 그동안 금융제재에 대비해 2조원 가량을 비축했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LG는 7개 업종에 대한 반도체 빅딜논의가 본격화된 지난 9월이후 독자생존에 대비해 사업부문을 매각하고 외자를 유치하는 한편 회사채발생 등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비축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LG반도체는 장기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지난 6월말이후 회사채 발행으로 1조4,45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한편 반도체 빅딜논의가 무르익기 시작한 10월이후에만 9,500억원의 자금을 회사채 발행을 통해 비축했다』면서 『이같은 사정을 감안할 때 당분간은 금융제제의 화살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제재 강도를 높일 경우 실탄의 규모는 별 의미가 없게 될 수 밖에 없다.【고진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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