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여자가 용감해

제7보(121~152)


구리가 좌변을 22,24로 손질한 것은 절대수. 이 수순을 게을리했다가 흑에게 가의 슬라이딩을 당하면 대마가 비틀거리게 된다. 이때 놓인 흑25를 서봉수9단은 ‘얄궂은 수’라고 했다. 백이 28로 째고나올 것이 뻔한데 이렇게 행마를 하다니. 어찌 보면 무모한 수인데 그렇다고 나쁜 수라고 단정할 수도 없는 그야말로 얄궂은 수라는 설명이었다. 구리는 26으로 하나 삭감해 놓고 기세좋게 28로 추궁에 나섰다. 34까지 깨끗하게 집을 챙기자 실리로는 흑이 백을 따라잡을 수 없는 바둑이 되었는데…. 이때 박영훈의 37이 놓였고 서봉수는 고개를 끄덕끄덕. “역시 영훈이는 고수야.” 이 한방을 터뜨리기 위해서 지금까지 박영훈은 시커먼 외세를 장만했던 것이다. 흑37을 기준선으로 해서 그 아랫쪽이 모두 흑집으로 화한다면 바둑은 무조건 흑승이다. 구리는 38, 40으로 끊어 수를 내자고 했다. 중원 백의 생사 여부가 승부인 지극히 극단적인 바둑이 되었다. 흑45로 막아 일단 46으로 굴복시킨 것은 박영훈식 공격패턴 그는 언제나 집을 지키면서 공격하는 편이다. 검토실의 박지은은 참고도의 흑1로 막는 공격을 제시해 보였다. 백이 2로 하변을 돌파해도 3 이하 17이면 수상전에서 흑이 이긴다는 해설이었다. 그 해설을 듣고 서봉수가 말했다. “확실히 여자가 남자보다 용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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