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내 돈 내가 쓴다고?(사설)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기업과 가계의 한숨소리가 높아가고 국제수지 적자와 외채가 급증, 멕시코사태의 재판을 걱정하고 있는데 한편에선 이같은 위기의 경제는 아랑곳 없이 사치성 소비재수입과 호화 해외여행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분수를 모르는 사치병 과소비병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우리 경제는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말 현재 소비재 수입액은 1백40억달러로 총수입액 1천2백32억달러의 11.4%에 이르렀다. 91년까지만 해도 9%선에 머물러 있었으나 소득 1만달러시대의 진입 홍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추진, 세계화 개방화 바람을 타고 지난해 10%선을 지나 올들어서는 사상처음으로 11%선을 넘어섰다. 그중에서도 사치성 소비재의 수입이 증가하고 있다. 의류가 12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40.7% 증가했고 특히 모피는 1백4%나 폭증했다. 승용차 66.4, 가구 37.2%, 화장품 49.7%, 위스키 55.8%가 늘었다. 한국이 사치성 소비천국이고 선진국의 봉으로 낙인찍혀도 변명할 말이 없게 됐다. 무역적자행진이 계속되면서 경상수지 적자가 2백3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고 외채가 1천억달러를 넘어서 위기론이 고조되고 있는 형편에 천민자본의 호화사치풍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망국병인 「사치병 환자」들은 「내가 내 돈 쓰는데 뭐가 잘못이냐」며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이 근검절약하는 대부분의 국민들을 비웃었다. 호화외제병에 걸린 사람들은 땀흘려 일하고 치열한 경쟁사회에 사는 사람이 아닐 것이다. 그들은 필시 벼락부자이거나 검은 돈을 불로소득한 사람들일 것이다. 그것은 경제와 사회에 결정적인 해독을 끼치고 근로의욕과 경영의지를 꺾는 행위다. 이제와서 새삼 그들만 나무랄 일도 아니다. 정부와 생산자가 외제병을 부추겨왔던 점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외제선호사상이 뿌리깊은데 정부가 소득 1만달러를 과잉 선전했으며 선진국 진입이니 국제화니 해서 소비풍조에 불을 질렀다. 여기에 한국제품을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을 씻어주지 못했다. 최근 UPI통신이 갤럽조사기구에 의뢰해 세계 19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수출품 품질인식조사에서 한국상품은 품질면에서 러시아, 멕시코, 브라질 제품과 함께 최하위급으로 평가됐다고 한다. 외제선호를 무작정 탓할 수만은 없는 이유중 하나일 것이다. 이제는 국산품애용을 강요할 수 없는 때다. 그러나 「내 돈 내가 쓰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의식은 잡혀야 한다. 그 일은 정부가 앞장서 근면 검소를 솔선수범해야 한다. 무역적자, 경상적자 해소의 해법도 여기서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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