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여파로 경기회복 속도가 둔화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세계 각국이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상속도를 조절하는 등 통화긴축정책을 당분간 포기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올들어 3차례 연속 금리인상을 단행한 미국의 경우 고유가 영향으로 일시적인 경기부진(소프트패치)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금리인상 속도가 상당히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유럽연합(EU)과 영국, 호주 등도 잇따라 금리동결을 선언하는 등 선진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대비하는 통화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고유가에 따른 물가불안보다는 경기침체에 따른 경제성장률 하락에 대한 우려가 더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지난 6월부터 3차례에 걸쳐 기준 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끌어올려 금리수준을 1.0%에서 1.75%로 상향 조정했지만 앞으로 금리인상 속도는 상당히 약화될 것이라는 게 월가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FRB가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하더라도 올해 연방금리는 2%는 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국제유가 상황과 거시경제지표에 따라 금리인상의 속도와 폭이 결정되겠지만 고유가 현상이 지속되고 소프트패치가 이어질 경우에는 금리인상의 속도가 상당히 더디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벤 버난케 이사는 7일 “금융시장은 FRB가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4.2%대의 낮은 수준에서 머물고 있는 것은 장기적으로 연방금리가 낮아질 것이라는 것을 반영한다”며 월가의 전망을 뒷받침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장 클로드 ECB 총재는 “유로존이 고유가 위협을 받고 있다”며 기준금리를 지난달에 이어 2%로 동결했다. 유로존 경제를 이끌고 있는 영국도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8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25%포인트 인상, 금리수준을 4.75%로 끌어올렸지만 지난달에 이어 10월에도 동결을 선언했다. 호주 중앙은행도 추가적인 금리인상에 나서지 않고 경기회복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도 유럽경제가 고유가 악몽을 떨쳐내며 회복신호를 보일 때까지는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낮추어야 한다며 공격적인 긴축금융정책에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