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한 노동운동단체에서 펼쳤던 이색캠페인이 있었다. 크레파스에 `살색`을 없애자는 캠페인이다. 살색보다는 살구 색이나 옅은 복숭아 색으로 바꾸자는 얘기다. 언뜻 들어보면 웃기는 말 같지만, 아니다. 우리 어린이들에게 인종편견을 주입시키는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대를 외치는 한국인들은 다분히 서구 지향적이다. 한국을 `엘도라도`로 꿈꾸며 밀려오는 네팔, 필리핀, 몽골 등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의 노동자들에게 한국인들은 편견을 가지고 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지난 97년부터 끊임없는 논란이 계속돼 왔던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고용 허가제는 일정한 기간 동안 특종 업종에만 외국인 노동자를 허용하는 제도다. 국내에 취업한 해외노동자에게 강제노동을 시킬 수 없고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산재보상도 해줘야 한다는 지극히 정당한 내용이다.
기협중앙회 등 경제단체들은 고용허가제를 공식적으로 반대한다. 불법체류 문제도 해소되지 않으면서 오히려 임금이 높아져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상실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 동안 실시해 온 연수취업제는 너무나 많은 부작용을 만들어냈다.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침해뿐 아니라 인원 선발을 둘러싸고 각종비리를 양산 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이미지가 `어그리(Ugly) 코리아`로 추락했다.
지난 해 말 기준으로 국내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는 36만명이다. 이는 밀입국자를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이중 합법 체류자는 20%인 7만여명에 불과하다. 그 동안 실시해온 연수취업제도와 관계없이 관광, 친지방문의 목적으로 들어온 후 출국하지 않은 사람이 80%에 이르고 있다.
한국경제구조에 외국인 노동자가 필요하다면 이제는 이러한 부작용을 해소할 때다. 한국 사회가 주변의 아시아국의 노동자들을 포용할 여유도 가져야 한다. 국수주의적 사고로 기업을 할 시대는 지났다.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한다는 원칙에서 기업활동은 시작해야 한다.
대부분의 중기가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하는 이유로 저임보다는 구인난을 꼽고있다. 때문에 고용허가제를 실시하면 보다 양질의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임금이 높아진다는 고용허가제의 부작용은 일정 시한 유예기간을 두거나 실시 기업들에 혜택을 두는 방안 등도 검토할 만하다. 새 정부는 경영악화를 이유로 반대하는 중소기업들을 어우르면서 고용허가제를 잡음 없이 추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강창현(성장기업부 차장) chk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