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1월21일] 토머스 그레셤


[오늘의 경제소사/11월21일] 토머스 그레셤 권홍우 편집위원 토머스 그레셤(Thomas Gresham)은 경제학자였을까. 거리가 멀다. 당시에는 ‘경제학’이라는 개념도 없었지만 화폐유통에 관심이 많은 왕실 상인이었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그레셤의 주특기는 채무 재조정. 가업인 왕실 자금관리를 24세 때 이어받아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바꾸는 데 남다른 실적을 거뒀다. 헨리 8세부터 엘리자베스 1세까지 4명의 영국 국왕과 거래하거나 재정고문으로 일하며 자신도 외환거래와 무역ㆍ밀수를 통해 영국 최고 갑부로 꼽힐 만큼 부를 쌓았다. 왕립 런던증권거래소 설립을 주도하고 사망(1579년 11월21일ㆍ60세) 후 후손들이 그레셤대학을 설립했지만 경제사에 남긴 그의 가장 큰 흔적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 정작 그레셤은 이 법칙을 언급한 적이 없다. 편지에 엇비슷한 문구를 남겼을 뿐이다. 그레셤 법칙의 원저작권자를 따지자면 코페르니쿠스. 화폐 관련 책자 7권을 남길 정도로 화폐제도에도 조예가 깊었던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는 ‘화폐론(1517년)’에서 ‘저질 주화가 공급되면 금세공업자들이 양질의 옛 주화에서 녹여낸 금과 은을 무지한 백성들에게 팔 것’이라며 ‘악화가 옛 양화를 몰아내기 위해 도입된다’고 주장했었다. 영국의 경제학자 헨리 매클라우드가 1858년 ‘정치경제학 요론’에서 그레셤이 ‘그레셤 법칙을 주창했다’고 발표한 게 검증도 없이 굳어졌을 따름이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그레셤 법칙에도 그레셤이 없는 꼴이다. 그레셤 법칙은 화폐론에서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금속화폐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온갖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다. ‘짝퉁’의 범람과 학력 위조, 시험지 유출도 그레셤 법칙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정치판도 그렇다. 대권주자들의 속내도 하나 같으리라. ‘나는 양화, 너는 악화.’ 입력시간 : 2007/11/20 17:28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