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은행합병 밑그림 윤곽
슈퍼뱅크 만들기 내부반발이 변수
2단계 은행합병이 예상외의 큰 그림으로 시작됐다. 한빛ㆍ외환ㆍ평화은행의 통합은 국내 은행산업에 세계 50위권 은행 탄생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첫 신호다. 여기에 국민ㆍ주택은행간 통합 여부도 이르면 주말안에 결론을 낼 것으로 보여, 국내 은행산업은 바야흐로 '슈퍼뱅크'시대에 접어들게 됐다.
그러나 걸림돌도 적지않다. 국내 은행은 '오버뱅킹'으로 표현되듯 과다 인력구조를 안고 있다. 살을 도려내는 인력절감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이번 통합구도가 은행 자율이나 시너지효과보다 정부의 '팔목비틀기'에 의해 억지춘향식으로 진행된 측면이 적지않다. 덩치만 큰 기형아가 탄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는 이유다.
◇종착역에 다다른 2차 은행합병
현재까지 드러난 은행합병 구도는 크게 4가지. ▦'정부 주도 지주회사(한빛+외환+평화+경남(?)+광주(+))'▦주택+국민 ▦하나+한미 ▦신한+제주 등. 이중 2차 합병의 클라이막스는 역시 한빛ㆍ외환ㆍ평화간 통합과 주택ㆍ국민간 통합이다. 정부는 2개 통합구도만으로도 2차 은행합병은 성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삐걱거리고 있는 하나ㆍ한미은행 통합이 무난히 성사되면 중형통합은행 하나를 만들어 내고, 여기에 신한ㆍ제주 등 우량+지방은행 구도까지 주내 마무리되면 2차 합병 그림은 사실상 마무리될 것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결국 남은 부분은 경남ㆍ광주은행 거취에 모아진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하나+경남은행 구도는 김승유하나은행장의 반발로 일단 멈칫한 상황. 남은 방법은 금융지주회사로 편입이지만, 이 경우 광주은행도 자동 편입시킬 수밖에 없다는 고민을 안고 있다.
지역정서상 두 은행 처리를 별도로 할 수 없다는 것. 두 은행은 결국 지주회사에 들어오거나 '하나+경남' '조흥ㆍ광주'은행 구도로 갈 수밖에 없다.
◇엇갈리는 합병 시너지효과
일단 규모면에서는 탁월하다. 정부 지주회사는 3개 은행 자산만 140조원(9월말 현재, 일본 다이와은행에 이어 세계 72위)에 종금ㆍ보험ㆍ금고 등까지 합하고 통합후 시너지효과를 감안하면 160조~170조원, 최대 200조원에까지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ㆍ주택은행도 9월말 기준 자산이 160조원에 달해 세계 50위권에 든다. 초대형 은행 두 곳이 탄생하는 것이다. 정부는 '규모의 효과'외에 실제 영업적 측면에서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한빛ㆍ외환ㆍ평화은행의 경우 강력한 지주회사 통제 아래서 한빛의 기업금융과 외환의 국제금융, 그리고 두 은행의 오랜 소매금융 경험이 결합, 충분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주택ㆍ국민도 소매금융 부분에서 독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 강력한 리딩뱅크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주택은행이 독자 카드회사가 없고 국민이 주택금융이 약한 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엄청난 전산(IT)투자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이근영 금감위원장도 12일 기자와 만나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연구원(한국경제연구원)과 외국전문가들은 주택ㆍ국민은행간 시너지효과를 탁월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이 점 때문에 "국민은행이 주택은행에 먼저 합병제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정적 시각도 적지않다. 우선 한빛ㆍ외환의 경우 여전히 기업금융의 비중이 크다.
기업도산때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경기하락때는 엄청난 공적자금 출혈을 감내해야 한는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 국민ㆍ주택은행도 말만 우량은행이지, 그동안 구멍가게 수준의 영업을 해온게 사실이다.
특히 두 은행이 합치면 최소 30%(6,000여명) 인력을 줄여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칫 감정의 골만 깊게 패일 수 있다.
◇반발 확산
은행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정부와 은행노조가 정면충돌 양상을 빚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 본점부서장 및 임원들도 통합에 반대하는등 내부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외환은행은 물론 국민ㆍ주택은행의 상당수 비상임이사(사외이사)들까지 통합에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외환은행 본점의 전 부서장들은 지난 10일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전원 출근해 오후 7시부터 긴급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한 간부는 "대부분의 부서장들이 한빛은행과의 통합은 득보다는 실이 많고 시기적으로도 좋지 않으며 정부(주도권보장등)를 어떻게 믿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같은 시각 임원들도 별도모임을 갖고 비슷한 입장을 정리했으며 이들은 오후 10시께 부서장들과 다시 이 문제를 논의한 뒤 토의된 내용을 11일 김경림행장에게 전달했다.
한편 이용득 금융산업노조위원장은 12일 정부가 지난 7월 노사정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르면 다음주 초부터 산하 22개조직 6만여명의 노조원들이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기기자
이진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