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돌연 6ㆍ15 공동선언 5주년을 맞아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한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남측 대표단의 인원을 대폭 줄여 줄 것을 요청,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홍재 통일부 홍보관리관은 1일 “북측은 오늘 오전 전화통지문에서 우리측 당국 대표단 규모를 30명으로 줄일 것을 요청해 왔다”며 “남측 민간대표단 규모도 축소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김 홍보관리관은 “북측은 통지문에서 미국이 최근 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 체제를 압박ㆍ비난하고 (북의) 정치체제까지 모독ㆍ중상하며 남측에 스텔스 전폭기를 투입하는 등 축전 개최와 관련한 새로운 난관이 조성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축소를 요청해왔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통일부는 남북간 합의 사항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북측에 합의사항의 준수를 적극 촉구할 계획이다. 그러나 북측이 대표단 축소를 고집할 경우 당초 합의한 우리측 당국자 70명(장관급 단장 20명, 대표단ㆍ자문단과 지원인원 50명), 민간인 615명인 대표단의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북측이 돌연 대표단 축소를 요구한 것은 최근 북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 때문으로 분석된다. 딕 체니 부통령은 지난달 29일 한 방송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무책임한 지도자’ 라고 지칭했고 이에 뒤질세라 북한은 라이스 미 국무장관을 “기승을 부리는 암탉”,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암탉에 밀려난 수탉”이라고 맞섰다.
한동안 화해 제스처를 보내던 미국은 ‘6자 회담 참여 의지가 없다’는 평가를 들을 만큼 대북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더욱이 미국이 최근 F-117 스텔스 전투기 15대를 한국에 배치했다는 보도도 북한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갑작스러운 행보는 최근 회복되기 시작한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북한 핵 문제는 지난달 초 북한과 미국이 워싱턴에서 대화를 나눈 데 이어 남북한간 경제협력과 비료 지원, 미국내 일부 의원들의 방북 등으로 대화국면으로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낳았지만 미국의 태도가 모두 강경으로 돌아서며 어두운 전망을 낳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남측 대표단의 방북과 북핵 문제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지만 대미 강경자세로 흐르는 북한내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