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월21일] 브라우닝


87년. 미군의 중(重)기관총 M2 브라우닝의 나이다. 1921년 선보인 이래 여태껏 현역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리나라도 K6이라는 이름으로 면허생산 중인 이 기관총은 신뢰성과 내구성이 뛰어나 수명 100년을 넘길 전망이다. 초장수 무기가 또 하나 있다. M1911 콜트 거버먼트 권총. 미군은 1982년 신형(이탈리아제 베레타)으로 교체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현역인 이 권총(45 구경)은 3년만 지나면 100년을 맞는다. 신형을 갖춰야 적에 대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군용 무기의 특성에도 초장수를 누리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성능이 뛰어나다는 얘기다. 두 가지 초장수 무기는 모두 존 브라우닝(John Browning)의 설계작이다. 1855년 1월21일 유타주에서 모르몬교 신자이자 총기 제작업자인 조너선 브라우닝의 둘째부인 소생으로 태어난 그는 14세 때 장난 삼아 제작한 소총이 명총으로 꼽힐 만큼 뛰어난 재능을 타고났다. 레버 장전식 사냥총의 대명사로 꼽히는 윈체스터 ‘모델 1887’을 비롯해 19세기 말에 그가 제작한 모델은 3세기를 뛰어넘어 21세기인 오늘날에도 민수용으로 쓰인다. 1970년대까지 서방진영의 대표적인 분대 공용화기였던 BAR 자동소총도 그가 1차 대전 중반에 설계한 것이다. 브라우닝은 1926년 71세로 사망할 때까지 128건의 특허를 남겼다. 그의 설계로 제작된 총기류는 수천만정, 수백억달러를 넘는다. 그만큼 돈도 많이 벌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벨기에 FN사를 위해 설계한 M1910 권총은 1914년 세르비아 청년이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를 저격하는 데 쓰여 1차 대전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독실한 기독교인, 총기 역사상 최고의 천재가 남긴 불후의 명작에 앞으로 얼마나 많은 목숨이 사라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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