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APEC 정상회의] 日 TPP 가세… 美 편들어 '중국 포위'

■ APEC 선언문 보니<br>"자국서 열린 회의에 찬물" 비판… 대부분 정상들은 중립적 입장<br>성장전략은 선언적 수준 그쳐… G20에 밀려 뚜렷한 성과 못내


일본 요코하마에서 13~14일 이틀간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내놓은 '요코하마 비전(정상선언문)'에는 역내 무역ㆍ투자 자유화 확대의 정신이 담겨 있다. 정상들은 선언문을 통해 "경제위기의 급속한 확산, 성장 및 고용의 둔화 등 21세기를 맞이해 새로운 가능성과 도전에 직면했다"고 밝히고 APEC의 공동체 비전으로 경제적으로 통합된 공동체, 견실한 공동체, 안전한 공동체 등을 제시했다. 의장국 일본은 이번 APEC을 계기로 중국의 반대 속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적극 가세함으로써 미일이 연합한 '중국포위'에 공을 들이며 자국에서 열리는 APEC회의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는 이중 플레이를 펼쳤다. ◇'중국포위'용 TPP 급부상=이번 APEC을 기점으로 일본은 미국 주도로 움직이고 있는 TPP 띄우기에 열을 올렸다. 우선 일본 아사히신문은 14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한국이 TPP 참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답변은 '한국은 TPP에 어떤 방침으로 임하고 있나'는 아사히 측 질문에 대한 것으로 이 대통령은 "역내 APEC 국가들이 자유무역을 하자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고 모든 국가가 (자유무역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도 그러한 국가 중 하나다"라고 원론적인 답을 했을 뿐인데도 일본 언론은 'TPP 검토'쪽에 무게를 실었다. 이에 앞서 일본은 APEC 정상회의에 앞서 지난 6일 각의를 통해 자유무역과 투자활성화를 위해 TPP 협상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의 TPP 참여 결정은 글로벌 경제협력 분야에서 한국 등에 뒤처진다는 일본 재계의 요청과 이번 중국과의 센카쿠 분쟁을 통해 드러난 대외ㆍ다자간 협력강화 필요성에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이 주도하고 중국이 싫어하는 TPP를 통해 다소 소원해진 미일관계를 복구시켜 대중 견제를 강화한다는 전략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원칙적으로 농산물을 포함해 모든 상품의 관세를 완전히 철폐하는 높은 단계의 자유무역협정(FTA)인 TPP를 자국 산업보호 차원에서 반대하고 있다. 그 대신 중국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한중일'을 축으로 역내 경제 제휴를 주장해왔다. TPP는 지난해 11월 미국이 참여를 선언하기 전까지만 해도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TPP는 싱가포르ㆍ뉴질랜드ㆍ칠레ㆍ브루나이 등 4개국을 회원으로 2006년 발효된 뒤 호주ㆍ페루ㆍ베트남ㆍ말레이시아가 가세하기로 했고 지난해 11월 APEC 정상회의 직전 일본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돌연 참여를 발표해 힘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에 이어 일본의 TPP 참여 선언에 따라 역내 경제 주도권을 놓고 APEC 내에서의 미중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일본의 노골적 미국 편들기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의에서 APEC 정상들은 미중 간 기싸움에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았다. 정상들은 선언문을 통해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의 실현을 위해 TPP, 아세안+한중일, 아세안+6(한국ㆍ중국ㆍ일본ㆍ인도ㆍ호주ㆍ뉴질랜드) 등에 기반해 포괄적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중립적 태도를 유지했다. ◇G20 열기로 김빠진 APEC회의=이번 요코하마 APEC 정상회의는 이래저래 김 빠진 회의였다. 핫 이슈인 환율 문제를 놓고 격돌한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 밀려 열기가 식은데다 미국 등 선진국과 중국 등 신흥국의 갈등으로 경제통합, 성장전략 등의 핵심 의제에 대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여기에다 6,000억달러의 양적완화로 주요 교역국으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는 미국은 현저한 글로벌 리더십 감퇴로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의장국인 일본도 힘을 못쓰기는 마찬가지였다. 일본은 중국ㆍ러시아와의 영토갈등에 발목이 잡혀 있는데다 APEC의 주요 참가국인 중국이 반대하는 TPP 의제를 회담장 밖에서 적극 제기함으로써 의장국으로서의 리더십을 스스로 훼손시켰다. 이에 따라 APEC 정상들은 이번 회의에서 성장전략의 수치 목표 설정에 실패했고 지난해 싱가포르 APEC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자유무역권을 APEC 전체로 넓혀 지역경제 통합을 구체화한다'는 구상에 부응하지 못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 합의가 기대됐던 성장전략이 선언적 수준에 그쳤다. 일본과 미국이 추진했던 수치목표 부과는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우선 정상들은 ▦경제불균형 해소를 위한 '균형 있는 성장'▦중소기업ㆍ여성 등을 배려한 '보편적인 성장'▦친환경 그린 경제로의 이행을 위한 '지속가능한 성장'▦정보기술(IT)과 지적재산권을 활용한 '혁신적 성장'▦식품안전 테러대책 전염병 대책 등을 담보한 '안전한 성장' 등 5개항의 성장전략을 제시했으나 언제까지 어떤 수준으로 성장전략을 달성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결정이 없었다. 수치목표 제시가 좌절된 데는 중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 중국은 환경과 노동ㆍ복지ㆍ보건 등에 대한 수치목표 제시와 이의 이행은 시장확대를 노린 선진국 논리일 뿐이며 구체적인 수치 달성 목표를 제시할 경우 중국 등 신흥국들의 정책이 구속 받을 수 있다며 강력하게 반대했다. 다만 이번 정상회의는 '2015년까지 APEC 고위관리회의가 이행성과를 매년 점검하고 그 결과를 2015년 정상회의에 보고하며 2015년 회의에서 성장전략의 추진방향을 검토하기로 한다'합의에 도달, 구속력이 없지만 APEC 참여국이 공감하는 성장전략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성과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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